한국장애인연맹 성명서

〔성명〕장애계는 또 다시 재현되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원장의 임명을 앞두고 또 다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장애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고용개발원 원장 공개모집 공고를 하고, 면접심사를 진행하였으나 장애계 일각에서는 이미 원장이 내정되어 임명하는 절차만이 남았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이 인물은 비장애인이고, 장애계와 아무런 인연이 없으며, 심지어 장애인의 고용과 관련하여 연구 실적이나 학위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 또한 비장애인으로서 한반도연구소에서 북한학을 연구하던 인물이었다. 당시에도 장애계에서는 장애관련 학자나 장애인 당사자 중에서 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그 염원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전 또한 사정은 다를 바 없어 고용개발원 원장직은 비장애인들에게 자리 만들어 주는 곳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약 이러한 전례와 풍문이 사실로 된다면 이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비전문가를 정치권에서 내려 보내기에 급급하다면 장애인의 필수적인 생존권인 고용 분야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이다.

물론 고용개발원장이 꼭 장애인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장애계에도 고용개발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인물은 많다. 오히려 감수성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굳이 비장애인이 임명된다면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고 장애계에서 활동을 하였거나 적어도 장애인 고용과 관련하여 연구 실적이 있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겠지만,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인사가 서류를 제출하고 응모할 용기를 낸 것 자체가 정치적 배경에 의한 낙하산이 아니면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점에서도 장애인계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고용을 연구하는 자리가 비장애인 고용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고용개발원장직은 휴식처나 정치권의 자리 나누기에 희생될 자리는 분명 아니다. 확정이 되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장애인의 봉사직이 정치권에 유린되었다.”라는 장애계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무엇을 의미하며, 3배수 추천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인물이 고용개발원장으로 거론되는 자체가 풍문이 사실이라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장애인의 참여보장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자리를 자격 없는 비장애인이 차지하는 일이 없도록 언론과 정치권이 막아 주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대표적인 낙하산 보은 인사로 꼽히는 양경자 전(前)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전례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당시에도 장애계는 장애계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양 전(前) 이사장의 임명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임명을 강행하였다. 장애계의 강력한 저항으로 결국 몇 개월 만에 양 전(前) 이사장은 자진 사퇴 하였으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시간만 낭비하였던 전례가 있다.

장애인고용개발원장직은 장애인의 노동권을 담보하는 만큼 밀실 인사가 아니라 투명인사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한국장애인연맹은 장애인 관련 업무가 전혀 없는 사람이 후한 점수를 받아 원장직에 임명되는 것을 명백히 반대하는 바이다.

2014년 10월 2일

한국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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