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능력장애인의 민사·가사재판 참여권 및 선거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학술대회’ 열려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선거권을 방해하는 선거관련법의 ‘독소조항’들에 대한 개선이 촉구됐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한국성년후견학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국회장애인복지포럼·한국장애인부모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이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의사결정능력장애인의 민사·가사재판 참여권 및 선거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의사결정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의 선거권이 선거관련법에 의해 제한받았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급한 개선 논의가 진행됐다.

장애인 선거권 가로막는 12가지 ‘문제’

지난 5월 22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 모니터링센터가 선거관리위원회 소관 50개의 선거관련법을 검토한 결과, 총 12개의 지적사항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적사항은 ▲후보자 연설 방송, 방송광고, 토론회 등에서 수화 또는 자막 방영 비의무화 ▲투표소 접근성 및 편의제공 보장 명시 없음 ▲신형기표대에 휠체어 동반한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접근 제한 ▲장애인 예비후보자 활동보조인 수당실비 지원 제외 ▲민법개정으로 인한 성년후견인 선거권 제한 ▲거소투표제에 대한 실질적 관리 등이 이뤄지지 않음 ▲시각장애인 선거공보물 제작 비의무화 등이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10월 4일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발표를 통해 △시각장애인 선거공보물 제출 또는 음성지원을 의무화(단 지방의회의원선거 후보자 제외) △후보자로 등록된 장애인 예비후보자의 활동보조인에 대한 수당·실비 공적부담 의무화 등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선거관련 법안들이 장애인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의사와 다르게 선거권이 행사되는 ‘거소투표’라는 것.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 모니터링센터 김의수 선임연구원.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 모니터링센터 김의수 선임연구원.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 모니터링센터 김의수 선임연구원은 “거소투표제는 거주시설 장애인들에 대해 원활하게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시설 안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선거권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이행되는 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시설 내에서 장애인들이 비밀선거의 원칙을 올바르게 보장받고 있는지, 관리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과 통계는 없다.”며 “통계가 없다는 것은 거주시설 내 장애인들의 선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대책조차 없다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선임연구원은 “전국 거주시설 내 입소인원이 대략 3만여 명이다. 이에 정신요양원, 노인요양원 등의 시설을 총합하면 10만에 가까운 피선거인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후보자 사전 설명회, 거소 투표 관리감독 인원 파견으로 시설의 부정개입시비 차단, 휴대전화단말기 투표 등의 정보기술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관련 법 및 제도 변경이 오히려 장애인의 선거권을 막아 세울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민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동법 부칙에 의해 금치산자에 대한 규정이 피성년후견인에게도 오는 2018년 6월 30일까지 적용된다. 이후 금치산자에 대한 규정 효력은 상실되고, 피성년후견인이라는 법정용어만이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김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이러한 단순대체는 문제가 있다.”며 “금치산자에게 제한되던 선거권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용어만 변경되게 된다면, 선거권 행사가 가능한 이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해 충분한 이해를 통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김 선임연구원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정신적 장애인의 선거접근에 대한 각종 제한과 관련한 논평을 내놓았음을 강조하며 권리적 차원의 접근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장애인권리위원회 논평에서는 ‘능력이나 의사결정 기술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은 법적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각국은 장애를 이유로 목적이나 결과로 차별하는 법적능력을 부인하는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각 나라에서 법으로 마련하고 있는 안전장치는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에서 남용으로부터 보호가 제공돼야 한다는 취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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