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 개최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경제적인 부담과 전문병원 및 병원 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한 접근성 문제 등의 이유로 장애인의 건강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장애인의 경우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건강관리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일 서울시 중구 소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건강권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는 국내에서의 중증장애인 건강의 욕구와 실태를 조사하고, 검토·분석해 국내 중증장애인의 실질적 의료복지정책 및 의료·사회서비스 개발의 근거자료로 제시, 나아가 정책 제안 및 제도개선을 위한 법적·제도 대안을 제안하고자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장애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1~3급의 지체·뇌병변·시각·청각장애인 300인(남성 159인, 여성 136인)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실태 및 욕구조사를 진행했으며, 시각·신장·정신·화상장애인 등 소수장애인 20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 분석을 위해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사회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장애인 건강권 실태와 욕구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과목 이용실태 ▲병원복지서비스 실태 ▲장애인보장구 이용실태 ▲고령장애인과 여성장애인 의료복지 서비스 현황 및 욕구 등의 조사를 실시했다.

장애인 건강관리 및 2차 예방, 경제적 부담과 접근성 부족으로 어려워

2차 장애예방 및 장애로 인한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정기적인 진료 및 검진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52.9%로 절반을 넘어, 장애인의 건강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후 병원비 마련을 위해 가입하고 있는 사보험 여부에 대해서도 미가입인 경우가 54.8%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발생한 질병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약 59%가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폐질환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는 2차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의료적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것.

정기 검진을 받지 않은 155인의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경제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에’가 27.0%로 가장 많았다. 또 ‘가까운 곳에 전문병원이나 편의 시설이 갖춰진 병원이 없기 때문에’ 역시 14.9%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김소영 교수는 “장애인의 건강관리가 미흡한 이유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경제적 부담과 관련된다. 또 의료전문기관의 장애 특성 이해도 부족과 의료시설 접근성 부족 등은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축시키는 요인이었다.”며 “장애 특성을 반영해 건강상태를 검토하고 필요에 기반해 건강 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장애인 건강권 속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장애인, 대책 필요해

시각장애인, 신장장애인, 정신장애인, 안면(화상)장애인 등 ‘소수장애인’이라 불리우는 장애 유형들의 심층면접 결과, 의료서비스나 병원비 부담이 더욱 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은 흰 지팡이,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 점자정보단말기 등 고가의 보조기구들이 많아 보조기구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홀로 병원에 가능 경우에는 적절한 안내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 A 씨는 면접을 통해 “점자정보단말기의 경우 500만 원 정도 한다. 원가가 너무 높아 지원사업을 받지 않으면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선정되기 힘들다.”고 답했으며 시각장애인 B 씨는 “점자정보단말기의 지원 자체의 횟수가 많지 않다. 홍보가 거의 없어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원하는 방안·횟수, 홍보 등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면(화상)장애인은 화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료해주는 심리치료 등을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화상 치료 용품이 대부분 비급여 항목으로 적용돼 있어 의료비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시 진료비의 5%~10%만을 부담하는 ‘산정특례’를 받고 있어 수술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경우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화상을 치료하는 보습제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해당 품목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면접에 참여한 안면(화상)장애인 당사자들은 “화상 뒤 화상을 치료하는 보습제는 건강보험 품목 자체가 들어가 있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다.”, “500ml도 하지 않는 오일이 10만 원을 넘는다.” 등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의료복지서비스, 욕구는 높지만 이용에 대한 정보 없어

▲ 일산현대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임석영 원장.
▲ 일산현대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임석영 원장.
의료지원 서비스 중 필요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보통이다’가 3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체로 그렇다’가 23.7%, ‘별로 그렇지 않다’ 17.5%, ‘매우 그렇다’ 4.7%였다.

필요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장애인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기관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가 49.0%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에’가 21.6%, ‘의료서비스 제공 장소까지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에’가 16.7%을 기록했다.

일산현대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임석영 원장은 “청각·언어장애의 경우 치료 및 재활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으며, 시각장애의 경우 의료기관 이용 시 의료 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뇌병변장애의 경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 부담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현재 개선하거나 유지하고 싶은 의료서비스로 재활치료와 보장구를 꼽았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 및 민간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각종 지원서비스를 장애인에게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의 요구에 따라 지원서비스의 내용도 보다 다양하고 확대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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