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책은 가해자에 대한 사후적 처벌중심 처방이다

최근 연수구 송도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드러난 학대 정황에 대하여 많은 부모들과 시민들이 충격에 빠져 있으며, 우리 아이도 혹시나 그런 환경에 노출된 건 아닌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경찰은 오늘부터 전국의 53,000여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폭력을 행사한 보육교사의 구속과 이를 방치한 어린이집의 폐쇄조치는 당연한 조치이다. 아동학대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은 피해아동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모든 어른들로서 죄스럽고 미안하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묵묵히 힘들게 일하고 있는 대다수 보육교사들은 자신들에게 향하는 불신으로 보육 자체가 매우 부담스럽고 죄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반복 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인천시는 어린이집 CCTV 설치 현황조사, 아동학대 예방교육, 경찰서장 명의의 서한문을 발송한 정도였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의무교육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사건 이후 지자체별로 추가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일하는 시간은 8시간과 1시간의 휴게시간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의 실제상황은 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보통의 사람들이 즐겁게 식사하는 점심시간은 아이들 식사지도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심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식사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식사지도 틈틈이 급하게 먹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렇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전쟁이고 보육교사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또 아이들 낮잠시간에는 업무를 틈틈이 해야 한다. 평가인증과 지도점검 준비, 일지작성 등등 업무는 이루다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러므로 항상 시간에 쫒기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쩌다가 밥투정을 한다든지 잠투정을 부리게 되면 차분히 달래고 친절하게 지도하기 어려워진다. 장시간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매우 큰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은커녕 초과 근무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은 실정이다. 아이들이 가고나면 각종 잡무와 청소, 교재준비로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의무교육이나 보수교육은 주말이나 야간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반면에 급여는 우리사회의 미래의 동량들을 키운다는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기에는 너무나도 박봉이다. 초·중·고 교사 수준은 바라지도 않는다. 10년차 보육교사도 150만원을 조금 넘을 뿐이다. 구조적으로는 사이버 교육과정이 난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보육의 질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우리 이이들의 안전과 보육의 질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대책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중심 처방이다. 마치 예전에는 몰랐다는 듯이 처벌위주의 처방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CCTV 설치나 시설폐쇄만이 만능이 아니다. 부실한 보육교사 양성체계를 허용한 것은 국가이다. 아동학대 신고 포상제 등 아동안전관련 규제 법률이 무산되거나 표류 한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사후 약방문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이고 예방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국가의 보육정책은 서비스 확충에서 보육의 질 향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녀사냥식, 실적위주의 대응이 아니라 진지하게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마련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먼저,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보육교직원만이 아니라 학보모와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서 원장 한명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학부모들과 지역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활성화와 강화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 보육교직원,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민관협력기구를 구성하여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상시적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교육도 중요하다. 보육교사에 대한 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대규모의 교사위주의 교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가정과 어린이집 쌍방향에서 보육교사와 학부모에 대한 소규모 대화식 아동인권감수성 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행복해야 우리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이 준수되고 보육교사의 처우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들의 노동 시간은 평균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이다. 반면 급여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포함해서 평균 144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애써 추가예산이 투입되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보육교사 인력충원을 하여 2교대 운영을 하거나 아이들 보육은 5시간 미만으로 하고 나머지는 수업준비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여 보육교사들이 각종 잡무부담에서 벗어나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양성체계를 개혁하고 이에 합당한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 현행 보육교사 1인당 보육아동수 기준도 적정선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또한 돌봄노동으로 인한 교사의 만성적인 스트레스 관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 돌봄노동자로서의 건강관리와 상담 및 심리적 지원을 위한 돌봄센터가 필요하다.

끝으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담당공무원의 확충과 감독권한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는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하며, 국회도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정비하여 통과시키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아동학대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나설 것이다. 부디 이번 사태를 통해 국가와 우리사회가 우리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아동들과 학부모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리며, 우리 모두의 일로 공감하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2015. 1. 19

공보육강화를위한인천보육포럼, 인천보육교사협회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천여성회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