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청각장애 차별…경찰 과잉제압으로 이어져
금융기관 청각장애 차별…경찰 과잉제압으로 이어져
  • 이솔잎 기자
  • 승인 2015.04.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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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의사소통·편의 제공 없어, 청문감사실·서울청에 경찰 고발 및 진정서 제출

▲ 하기진 씨
▲ 하기진 씨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은행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울러 이를 제지했던 경찰 또한 장애유형을 고려한 절차없이 행동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기진 씨는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는 장애인들의 수급자 선정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장애인 재활복지 사랑나눔터 이승원 원장과 함께 지난 21일 서울시 원효로에 있는 한 은행을 방문했다.

하 씨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오래전부터 청각장애가 있는 고객에 대한 의사소통‧편의 지원이 없었다.

하 씨가 은행을 찾았을 때마다 직원들은 청각장애가 있는 하 씨에게 수화나 문자가 아닌 구어로 답변했고, 이에 하 씨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았다.

또 지난해 7월 하 씨는 주차장이 협소하다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할 뿐 달라진게 없었고, 하 씨는 실망해 한동안 해당 은행을 찾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 21일 해당 은행을 다시 찾은 하 씨가 협소한 주차장으로 또 한 번 불편을 겪으면서 벌어졌다.

화가 난 하 씨는 항의하기 위해 일전에 본 적 있는 직원을 찾아 글로 ‘나를 아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구어로 ‘모른다’고 답했고 이에 하 씨는 수납통을 내리치는 등 흥분했다. 하 씨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직원의 모습에 갑자기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하 씨는 “청각장애인이 수화통역사 없이 방문하면 수화통역센터에 의뢰 하거나 화상통화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애 있는 줄 알면서 앞에서 귓속말… 경찰의 장애인식 또한 문제

하 씨와 직원의 실랑이가 계속되자 직원들은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고, 하 씨는 경찰들의 행동에 다시 불쾌함을 느꼈다.

하 씨가 출동한 경찰 두 명에게 벌어진 상황을 글로 써가며 설명하자 상황은 어느정도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던 중 검은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경찰들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고 이를 본 하 씨는 자신을 앞에 두고 귓속말 하는 상황에 불안함과 불쾌함을 느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와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알 수 없었던 하 씨는 현재 상황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갔다.

그러자 경찰 두 명이 하 씨의 팔을 강하게 잡아채며 제지했다. 하 씨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입모양을 보고 그가 경찰들에게 ‘체포해’라고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까지 은행 직원이나 경찰들은 하 씨에게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았단다.

하 씨는 “나중에 경찰을 통해서 당시 상황을 알 수 있었는데 귓속말 하던 남자는 은행에 업무를 보러온 형사로 ‘장애인이니 강경하게 대응하지 말고 좋게 끝내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또한 경찰들의 행동절차를 문제 삼자, 경찰은 ‘당시 하 씨가 폭행하려 했기 때문에 제압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불쑥 나타나 귓속말 하는 상황 자체가 불쾌했다.”며 “분명 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렇게 행동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하 씨와 이 원장은 당일 용산경찰서 청문감사실과 서울청에 해당 경찰을 고발, 지난 23일 용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청문감사실 담당자는 “23일 진정서를 접수한 내용을 토대로 형사사건(업무 방해)과 중첩되는 부분 등을 CCTV 확인과 은행 관계자, 해당 출동 경찰 등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특히 하 씨가 말한 경찰의 진압과정의 경우 행위의 원인을 따져 합리적으로 행동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은행은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답변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