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 논평

지난 4월 18일 전라남도 구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농인(청각·언어장애인)에게 필담을 통해 농인을 안정시키고, 사고보험처리를 도운 경찰관의 사례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농인은 장애특성으로 인해 음성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제한적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농인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농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은 청인(비장애인)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농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담을 통해 도움을 제공한 경찰관의 기지는 아직까지 농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농인의 의사소통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농인에게 수어나 필담으로 대화를 시도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 하나의 미담으로 기사화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농인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고 상황에서 농인이 경찰관과의 필담을 통해 의사소통권을 보장받았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일반적으로 사고 당사자들은 사고 발생 후 출동한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 상대방과 사고 처리방법 등을 논의하곤 한다. 이번 사고의 당사자였던 농인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경찰관의 필담대화에 “알았어요.”라는 간단한 답변만 두 차례 했을 뿐, 사고 상황설명이나 사고처리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시 사고현장에서 가까운 인근의 수화통역센터를 통해 수화통역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농인 당사자가 사고 정황이나 보험사와의 사고처리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의견도 마음껏 피력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고 현장에서 농인의 의사소통 특성을 고려해 필담으로 사고를 해결한 경찰관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수어를 모르는 청인(비장애인)이 농인을 대하는 대처방안과 환경이 개선되고, 사회전반에 걸쳐 농인과의 의사소통방식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5. 4. 29.

(사)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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