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의견 제출… 현행 제도는 6개월에서 수십 년 까지도 강제입원 가능 지적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보건시설 입원제도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의견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인권위는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2항에 따라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의사 한 명의 진단만으로 6개월까지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해 입원시킬 수 있는 강제입원(이하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제도에 대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는 현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며,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의견 제출을 결정하게 됐다.

지난 5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의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약 1만 여 건으로, 같은 기간 접수된 전체 진정사건의 18.5%에 이르고 있다.

최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보건시설에는 총 8만462인(2013정신보건통계현황집,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수용돼 있는데, 이 가운데 73.1%가 보호의무자의 강제입원제도에 의한 비자의 입원한 환자들이다.

UN 총회가 채택한 국제원칙 ‘정신질환자의 보호와 정신보건증진을 위한 원칙 (MI 원칙)’은 정신질환자의 비자발적인 입원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제15의 1)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비자발적 입원 외에는 적정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강제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경우에도 정신보건 전문가와 관련 없는 다른 정신보건 전문의에 의해 상담이 이뤄져야하고, 정신보건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비자발적 입원이나 계속입원을 시켜서는 안 된다(제16의 1 (b))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신보건시설 입원 시, 가족이 동의할 경우 의사 한 사람이 진단하기만 하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고, 이때 의사는 환자를 입원시키는 해당 병원의 장이거나 소속 의사여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가족 등의 입원 신청이 있으면 법원이 강제입원 및 치료여부를 결정하고, 영국 등은 최소 2인 이상의 의사가 입원을 결정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강제입원제도는 정신보건법제도를 갖춘 국가들 가운데 유래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하게 강제입원 된 사람이 ‘인신구제 청구’ 등의 제도를 통해 어렵게 퇴원명령을 받고 퇴원을 할지라도 병원 문 앞에서 또다시 이송업체 구급차로 곧바로 다른 병원에 옮겨지는 등 ‘회전문입원’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인권위는 “헌법 제12조가 정한 국민의 신체를 구속할 때 엄격한 절차에 따라 법관 등 독립적 기구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받기만 하면 간단한 절차에 의해 강제입원 돼 6개월에서 길게는 수 십 년까지도 강제입원과 치료가 허용되는 강제입원제도는 헌법 및 국제규범을 위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