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성명서

지난 7월 12일 16시 50분 SBS에서 방영된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는 ‘벙어리장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농인(청각·언어장애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이날 ‘런닝맨’에서는 게임에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로 ‘벙어리장갑’을 사용하였는데, ‘벙어리’라는 단어를 수차례 오픈자막으로 노출하면서 TV를 시청하고 있던 농인들을 심적으로 불편하게 한 것이다.

‘벙어리’는 사전적인 의미로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4년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에서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 장애인 비하용어가 들어가 있는 ‘벙어리장갑’을 대신 할 용어를 투표를 통해 공모한 적이 있었다. 이 공모에서 ‘손모아장갑’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기도 하였다.

SBS가 ‘벙어리장갑’을 사용한 것이 의도적으로 농인을 비하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벙어리’라는 단어를 보고 농인들은 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한 무시와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SBS는 시청자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이라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본회에서는 그 동안 성명서를 통해 언론, 광고, 방송 등 메스미디어의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의 시정을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방송관계자들의 장애인 비하용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매스미디어를 제작하는 방송관계자는 용어의 사용에 있어 민감성을 가져야 하고 문제가 있는 용어는 순화하여 표현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고자 노력해야한다. 이와 같은 노력이 바로 매스미디어의 책임성이다.

언어는 시대의 가치와 사고와 문화와 관점을 반영한다. 현대사회는 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변화되어야 하고 그 선두에 매스미디어가 앞장서야 한다.

본회는 SBS의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에 제작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장애인 비하용어에 대한 민감성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러한 민감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내부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4. 7. 15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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