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의 전통가락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관객 매료

▲ Redeemer Baptist School  공연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 Redeemer Baptist School 공연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기념해 호주 시드니를 찾았다.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함을 알리는 문화사절단으로서, 이들은 지난 17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이후 시드니 일대 대학과 교회에서 신명나는 국악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의 첫 공연은 지난 16일 St. Edmund's School에서 열렸다. 200여 명의 장애학생과 교직원이 한 자리에 모인 강당에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은 사물놀이와 판소리, 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한국 전통악기를 처음 접한 학생들은 악기의 모양과 소리를 궁금해 하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으며, 단원들은 친절한 답변을 이어갔다.

공연 중 가장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곡은 설장구를 위한 사물놀이 ‘소리 빛’. 신명나는 리듬과 흥겨운 타악 소리에 장애학생들과 교직원은 크게 환호했다. 또한, 현지들에게도 익숙한 Amazing grace 등을 국악기로 연주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경청했다.

이어 지난 17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공연은 전 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성황리에 시작됐다.

깊은 정적을 끊고 시작된 대금과 피아노 듀엣곡 ‘다향’은 애절하고 호소력 있는 대금 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사물놀이 ‘소리 빛’에서는 한국 전통음악의 강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역동적인 두드림과 신명나는 리듬이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뜨겁게 달궜고, 관객석 곳곳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흥겨움을 표현했다.

90분 간 이어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리랑 연곡’으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리랑연곡’이 울려 퍼졌다.

공연을 관람한 주시드니 이휘진 총영사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뛰어난 실력에 놀랐고, 한국의 아름다운 음악에 다시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시드니 한국문화원 안신영 원장은 “교민과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국악 연주가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가득 울려 퍼지는 아리랑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타악을 맡은 이진용 단원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긴장이 됐지만, 무대에 오르니 관객들의 따뜻한 호흡이 느껴져 연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며 “모두가 한국의 전통 음악 안에서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지 학교에서의 공연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Redeemer Baptist School에서는 학생과 교직원 400인을 관객으로 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어 22일,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국립대학교에서는 200여 명의 교민과 현지인을 초청해 전통음악회를 열었다.

주호주 김봉현 대사는 “현지인들에게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공연은 큰 화제가 됐다.”며 “특히, 사물놀이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손놀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앞으로도 한국 전통문화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줄 것을 부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지난 23일에는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은 호주 장애학생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The Hills School을 찾았고, 24일에는 호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드니대학교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알렸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김미경 관장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뿐 아니라 현지의 시각장애인학교와 중고등학교 등에서 한국의 궁중음악, 창작국악, 퓨전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지인들은 낯선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까지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은 전 세계 장애인 예술 분야에 새로운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라며 “향후 양국의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호주 시드니 순회공연은 오는 7월 28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세종 13년 ‘시각장애인 악사는 앞을 볼 수 없어도 소리를 살필 수 있기에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들에게 관직과 녹봉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시각장애인들을 궁중잔치나 내연에 초청해 가야금, 거문고, 피리 등을 연주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관현맹인(管絃盲人)’제도이다.

세종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선왕조 내내 이어진 관현맹인제도는 일제치하에서 그 명맥이 끊어졌지만 2011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만나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올해로 창단 4년을 맞은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이들은 지금까지 140여 회에 가까운 국내 공연과 2012년 미국순회 공연(USA Denver, Colorado, UCLA, UCSD), 2013년 한국·캐나다 수교 50주년 기념 캐나다 공연, 2014년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다양한 해외순회공연을 펼치며 전 세계에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공연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공연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 시드니대학에서의 공연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 시드니대학에서의 공연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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