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질환자 “투쟁해서라도 우리 의견 관철시킬 것”

정부가 호흡보조기 임대비용이 건강보험 요양비로 전환됨에 따라 발생된 자부담 금액이 저소득층 대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운 최저생계비 기준은 무의미하다고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반발하며 자부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 기준이 희귀난치성질환자로 등록시 기입된 일부 환자들의 소득·재산 조사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에 따라 복지사업 지원대상 기준 선정 방식이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내년 호흡보조기 자부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용대상자의 소득·재산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의 형평적 건강보장을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수준 향상을 목표로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이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보장성 강화 과제 추진 등 3대 방향과 3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계획에 따라 가정 내 호흡보조기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호흡보조기 임대비용을 건강보험 요양비로 전환하는 계획을 오는 11월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국고보조로 호흡보조기 전액을 지원받던 희귀난치성질환자 94%가, 요양비 본인부담 10%인 월 7만 원~8만 원의 본인부담금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 지난 6일 재가호흡보조기 급여화에 따른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호흡보조기 지원 방향에 대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
▲ 지난 6일 재가호흡보조기 급여화에 따른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호흡보조기 지원 방향에 대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
최저생계비 300%미만일 경우 자부담 ‘0원’

지난 6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대 프로그램실에서는 재가호흡보조기 급여화에 따른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호흡보조기 지원 방향에 대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 심혈관·희귀질환과 박현영 과장은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자 중 건강보험 가입자가 모두 자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며 “환자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재산이 최저생계비 300%미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는 500%미만이라면 자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호흡보조기 대여료 지원금이 월 70만 원일 경우 본인부담금은 7만 원이 발생한다.

그런데 대상자의 가족(4인 기준) 월 소득이 500만4,987원 미만, 자산이 2억7,000만 원 미만 일 경우에는 국가가 자부담을 모두 지원한다는 것.

박 과장은 “내년에는 중위소득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준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신청자들은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소득 추정이 바뀌지 않으며 변화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신규 등록자에 한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담회 참석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현재 기준 소득 추정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중 건강보험 가입자 100%의 조사 통계도 아닐뿐더러 내년 ‘중위소득’으로 바뀔 경우 지원 대상자의 소득·재산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과장에 따르면 현재 재산기준에 상관없이 호흡보조기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 중 약 50%가 재산소득을 입력하지 않아 정책이 시행되기 전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자 100%의 소득·재산 자료 통계 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득·재산 기준이 변화됐을 경우에도 현재 발표한 사항을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물음에는 ‘노력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 ㄱ씨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소득·재산 기준에 따라 호흡보조기 자부담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면 대부분의 호흡보조기 이용대상자들이 자부담 부과 대상자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지원하는 간병비의 경우를 볼때 근육병 등 11종 질환자로 지체장애 1급·뇌병변장애 1급일 경우 간병비가 지원되고 그외에는 소득·재산 조사를 통해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대부분 소득·재산조사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간병비를 제대로 지원받고 있는 사람들은 10인 중 1인 꼴. 이같은 상황을 본다면 결국 호흡보조기가 필요한 환자 중 90%는 소득·재산 조사 과정에서 걸러져 자부담을 내야하는 상황이 될 것.”고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중 입법예고…정책에 대한 윤곽은?

특히 이날 간담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검토중에 있다’,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라는 답변만 반복됐기 때문이다.

8월 중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정확한 윤곽조차 담당자들은 설명하지 못했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이날 호흡보조기 소모품에 대한 자부담 금액 책정,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호흡보조기 이용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을 질의했지만 정작 대답은 두루뭉슬해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 서혜영 단장은 “오늘은 소통을 할 줄 알았는데 또 불통의 간담회였다.”며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정책이 수정이 돼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리 이렇게 계획하고 시행할꺼야’라고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갔다.”고 꼬집었다.

강원에서 간담회를 위해 올라왔다는 한 참석자는 “호흡보조기 이용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이렇게 급하게 정책을 시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천천히 가더라도 우리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이용 대상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대는 ·투쟁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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