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형 무장애 산부인과 서비스 인증제 연구’에 대한 공청회 열려

 

장애가 있는 여자도 불편함 없이 산부인과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가 제시됐다.

지난 18일 서울의료원에서 ‘오픈엔진20’이 주최하는 ‘서울형 무장애 산부인과 서비스 인증제 연구’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기존 산부인과의 문제와 장애가 있는 여자가 겪는 불편함, 그리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오픈엔진20의 배선희 대표
▲ 오픈엔진20의 배선희 대표
‘오픈엔진20’의 배선희 대표는 장애가 있는 여자는 산부인과 서비스 진입단계에서부터 좌절을 느낀다고 전했다. 자녀의 건강한 출산만을 위해 자신의 인권침해와 불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배 대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탈의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자나 지체장애가 있는 여자가 사용하기 매우 힘들다. 다른사람의 도움 없이는 쉽게 이용할 수 없고, 이용 과정에서 수치심마저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휠체어 이용인은 탈의실에 못 들어가니까 진료실에서 그냥 갈아입어야 하는데 저는 손도 잘 못쓰니 아는 언니가 도와줬는데 수치스러웠죠.”

장애가 있는 여자가 임신한 경우 진료를 위해 진료대에 오르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진료대의 높이가 높아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료대에 올라가면 긴장되죠. 몸이 흔들리고 떨어질 것 같아 양쪽 손잡이를 팔이 아프도록 붙들고 있어요.”

의료진의 태도 역시 장애가 있는 여자가 진료를 받을 때 불편을 느끼는 요소 중 하나다. 의료진의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태도는 산부인과 진료를 망설이게 만든다.

“임신인 것 같아 남편과 함께 확인하려고 병원을 방문했는데, 여성 의사가 초음파를 본 뒤 한 첫 말이 ‘낳을 거예요?’였죠.”

배 대표는 장애가 있는 여자들이 산부인과 의료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서울형 무장애 산부인과 서비스 인증제(이하 인증제)’를 연구, 인증기준을 제시했다.

배 대표는 “무장애란 고령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통상의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부자유함이 없도록 장벽을 제거해 설계된 건축물과 시설을 말한다.”며 “무장애에서 의미하는 장벽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각종 검사장비, 병원·지자체가 갖고 있는 정책, 정보, 소통 등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인증제 의미를 강조했다.

인증제가 자리잡게 되면 장애가 있는 여자가 산부인과를 다닐 때 ▲산부인과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함에 불편함이 없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습득할 수 있으며 ▲진료 또는 진료계획과 관련하여 의료진, 직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자신의 장애특성을 고려한 진료를 요청할 수 있는 진료서비스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배 대표는 “유엔장애인차별금지조약,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여성이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이미 갖춰져 있다.”며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필요를 고려했을 때 인증제는 매우 희망적인 서비스.”라고 바라봤다.

인증제는 내년 3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서울시립병원산부인과, 서울시 지역거점병원 산부인과에서 시범 운영되며,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인증제 운영모형의 적정성과 세부 운영방안을 검토한 후 중장기 이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인옥 센터장은 도입에 앞서 의료인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센터장은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인들의 장애인식교육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한편, 서울시 보건정책 박유미 과장은 인증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인증제의 도입 시기에 의문을 제시했다.

박 과장은 “인증제를 도입하려면 그에 맞는 인력, 비용, 체계 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 병원 자체에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 바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며, “병원이 인증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 측면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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