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어나가는 장애인의 절규는 외면하고 의료쇼핑, 재활유목민 방치로 수익구조 유지만 관심 있나?

우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그동안 낙후된 장애인의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하여 의료전문인력 TFT 구성, 관련 법률안 제정을 위한 연구, 정책리포트 발간, 정책토론회 개최, 정책건의서 제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총력을 기울여왔고 이번 제19대 국회 회기 내에 장애인건강권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장애인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2개의 제정법률안을 심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 법률들의 장애인건강권 보장의 핵심사항 중의 하나는 장애인주치의 제도 도입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의사협회의 조직원들은 올바른 의료윤리를 가진 대다수의 전문의료진의 생각과는 반대로 장애인주치의 제도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매우 비이성적이고 이해불가능한 근거로 몰상식한 반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주치의란 장애를 가진 개인이 동네의원의 단골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등록한 뒤 평생 동안 진료 및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일차의료 전문의는 등록 환자에게 평생 병력관리 및 1차 진료, 전화나 컴퓨터 등을 통한 건강 상담 및 간단한 처방, 2차 및 3차 의료기관 예약·입원 의뢰,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 보건관련 자료제공 및 건강교육 등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은 자신의 의료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됨으로 중복진료, 중복투약, 중복검사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장애 재활, 건강증진/질병예방 상담과 교육,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건강검진을 안내받을 수 있으며, 언제 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손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장애인주치의 제도는 의료진들에게도 많은 장점을 가져다준다. 환자-의사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진단 및 치료 행위의 빈도를 늘리지 않아도 되고, 의뢰-회송체계의 확립으로 일차의료 전문의와 특정분야 전문의 또는 병원 사이에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장애인주치의 제도가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는 정책적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기준으로 28,883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높고, 장애인들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해 의료이용상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과연 장애인들이 의료기관들의 접근성이 적정한 지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3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전수조사에서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의료시설에의 접근성은 장애인등의 건강 및 생명과 관련됨으로 적정하게 설치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다른 시설에 비해 더 높다. 그러나 F1(종합병원)의 편의시설 적정설치율은 69.3%에 불과하고, F2(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정신병원,요양병원)은 65.7%, F3(격리병원: 전염병원,마약진료소)은 59.1%에 불과하여 적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더욱이 의원급 의료기관은 조사대상에서도 제외될 정도로 열악한 수준임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접근성을 운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단한 예로 휠체어장애인들의 체중 측정과 X-Ray를 촬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과연 몇 개가 되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또한 장애인들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장애인주치의제도는 의료이용상 불편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의료쇼핑과 재활병원을 전전하는 ‘재활유목인’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는 장애인주치의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의료기관의 수익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는 작태를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750만 장애계는 장애인건강권 보장을 반대하는 그 어떠한 집단과의 극렬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UN 장애인권리위원회와 WHO를 대상으로 대한의사협회의 작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국내외 인권단체와의 연대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분명하게 밝혀나갈 것이다.

2015. 11. 17.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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