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바우처, 현재 예산과 구조에서는 ‘어불성설’

▲ 장애계는 지난 7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개편된 장애등급제의 한계점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된 시범사업의 한계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 장애계는 지난 7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개편된 장애등급제의 한계점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된 시범사업의 한계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계가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개편안(이하 개편안)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개편안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통합바우처로 개편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서비스로부터 소외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계는 지난 7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개편된 장애등급제의 한계점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된 시범사업의 한계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5월 20일 장애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 계획(안)(이하 개편안)’을 공개하고, 지난 6월 22일부터 현재까지 서울 구로구 등 6개 시·군·구에서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개편안의 세부적 내용으로는 ▲‘의학적 장애기준 개편(안)’,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안)’, ‘서비스 제공기준 개편(안)’ 제시 ▲‘서비스 제공 기준 개편(안)’을 통해 종합바우처 형태로 개편하고 주어진 급여량 범위에서 개인 욕구에 맞게 개별서비스 제공 등이다.

특히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총량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로 개편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주간활동 등 신규급여의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의 신규급여는 중증 장애인에 대해 주간 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간 활동’,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외에 자립지원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립 지원’, 일상적 소통이 어려운 청각·언어 장애인에게 의사소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소통, 방문간호사가 의사의 방문간호지시서에 따라 간호, 진료보조, 상담, 구강위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 간호 등이다. 해당서비스는 현재 시범사업에서 ‘부가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개편안 기존 장애등급제와 다를 것 없어… 예산 증액과 국가 차원의 실질적 공급 필요

하지만 이날 발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현행 장애등급제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와 개편안의 다른점을 느낄수 없다고 질타했다.

기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급여의 경우 장애등급 1급~3급을 대상으로 인정조사를 실시, 기본급여 1~4급으로 나누고, 1인 독거, 취약가구, 배우자 출산 등의 추가급여를 제공했다.

하지만 개편 뒤 일상생활 제한 정도, 장애 특성, 개인 환경 등을 중심으로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조사를 실시하고 △종합형 △재가형 △자립형 △사회형 △의사소통형으로 지원유형을 나눴다. 이에 따라 부가서비스와 추가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하지만 조 실장은 기존 인정조사표의 조사항목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조사표 조사항목을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행 인정조사표 조사항목의 일상생활 동작(ADL) 및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IADL)과 개편안 조사항목의 일상생활동작과 장애특성,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살펴봤을 때 기존 조사항목에서 위험상황대처, 의사소통, 인지·정신기능, 환경적응 등만이 추가됐을뿐, 나머지는 동일하다.

또한 조 실장은 통합바우처로서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현재 개편안 역시 복지 예산의 증액 없이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

조 실장은 “개편안의 서비스 제공기준 개편(안)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종합바우처 형태로 개편해 주어진 급여량 범위에서 개인이 자신의 욕구에 맞게 개별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과연 한국의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현실 속에서 실현가능하다고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
이어 “가장 우선적으로는 예산의 증가 없는 서비스 추가와 급여 통합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OECD 국가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사회복지예산과 장애인복지예산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발굴과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는 이해당사자 집단 간의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조 실장은 현재 한국 사회복지서비스의 ‘국가-지원감독과 민간-종속대행공급’의 구조에서 통합 바우처 시스템의 적용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관리운영의 측면을 강조하는 정부와 서비스 내용에 좀 더 치중하는 민간공급자 간에 갈등이 존재했다. 욕구와 자원의 연결이 적절하게 이뤄지는 것이 전달체계가 가능해야 하지만, 한국정부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관리운영의 측면에서만 인식하고 있다.

조 실장은 “바우처 시스템 도입 초기 복지부는 바우처 사업의 당위성과 관련해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바우처를 통한 ‘사회서비스 시장형성’이라는 문구는 빠트리지 않았다.”며 “이때문에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조건으로서 근로조건의 보장과 단가 상승보다 일자리 수의 총량을 증가시키려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발제자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처럼 자칫하면 장애인복지의 총량이 줄어들 수도 있으며 장애인의 권리성을 침해하는 형태로 진행될지도 모르기에, 정책개선을 결정 짓는 과정 속에 다양한 의견 수렴과 숙고, 여러 안들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의 욕구에 대한 파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개인의 욕구에 따른 선택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선택의 결과가 욕구충족의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 근거나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개선안 결정 과정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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