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제12회 전국장애인대회 및 출범식 “차별에 저항하라”
완연한 봄을 맞이하던 26일 보신각 앞, 장애계가 여전히 매서운 겨울 같은 삶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보신각 앞을 가득 채운 200여 명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장애인복지예산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라’, ‘빈곤의 사슬을 끊어 내라’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 만들라’ 등의 문구가 담긴 조끼를 입었다.
그리고 장애인의 삶과 그 권리 쟁취를 외치며 손을 뻗어 올렸다.
이들의 이름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 사회가 외면한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을 앞두고 매년 연대를 구성해온 이들은 올해 역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올해 420공투단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26일은 지난 25일부터 이어온 1박2일 투쟁으로 제12회 전국장애인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왠지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지난해, 그리고 몇 년 전과 변한 것이 없었다. 이유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권리’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정부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
지난 25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 한 달 여 동안 이어질 420공투단의 주요 요구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 예산 확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영희 회장은 “우리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오늘처럼 날이 좋은 날도 흐린 날도 권리를 향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전국장애인대회를 연지 10여 년이 넘었다.”며 “언제나 그래왔듯, 장애인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라고 활동의 의미를 정의했다.
이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함께 연대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항상 외롭고 힘들다.”며 “하지만 길고 험한 투쟁을 질기게 이어가는 우리의 힘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쟁취해 내는 그 날을 반드시 만날 것.”이라고 힘을 북돋았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아직도 이 나라에는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사회가 아닌 방 안에 갇힌 장애인들이 많다.”고 현실을 질타하며 “권력과 자본을 우선하는 사회를 바꾸고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이겨내겠다.”고 420공투단의 활동 의지를 천명했다.
한편 이날 420공투단은 보신각에서의 전국장애인대회에 이어 행진에 나섰고 을지로입구와 시청, 청계광장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이동을 예정했었다. 하지만 을지로입구에서 경찰들에 막혀 청계광장으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이어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420공투단은 ‘총선지역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계의 정책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권을 질타하며 4·13선거에서 투표로 잘못된 정치를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장애인권리보장법에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