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당사자들의 힘 있는 목소리는 무엇보다 소중해”

▲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에 대해 질타를 보내는 퍼포먼스.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에 대해 질타를 보내는 퍼포먼스. ⓒ정두리 기자

“야야야~♪ 내 장애가 어때서 / 선거권도 장애가 있나요? / 장애인도 한 표요 / 비장애인도 한 표요 / 선거는 국민의 권리인데 / 선거하기 힘들어 공보물도 어려워 누굴 찍기 힘든 순간이네 / 4·13 총선거 내가 한 표 찍는데 / 공보물이 너무 어려워 / 어려운 공보물, 쉬운 공보물로 / 나의 권리 행사해봐~요♬”

29일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앞, 귀에 익은 유행가 가락에 선거권 보장을 향한 발달장애인들의 염원이 울려 퍼졌다.

이 자리는 발달장애인당사자들로 구성된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이하 피플퍼스트추진위)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피플퍼스트추진위는 자신의 주장을 직접 정리하고, 유행가를 개사해 염원을 담아내며 선거권 보장을 외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피플퍼스트추진위는 “우리 발달장애인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마땅한 권리임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선거의 경험이 많지 않고, 그 이유는 부족한 정보제공과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을 빼앗는 사회 때문.”이라는 질타를 보내며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을 향한 당사자들의 외침.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을 향한 당사자들의 외침. ⓒ정두리 기자

그동안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해 왔고, 그 결과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권리를 주장하는 데 벽에 부딪혔다.

선거 역시 그 중 하나의 사례다. 장애유형을 고려한 쉬운 선거공보는 물론 투표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선거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다.

피플퍼스트추진위 김정훈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사회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 김정훈 집행위원장ⓒ정두리 기자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 김정훈 집행위원장ⓒ정두리 기자

김 집행위원장은 “우리도 모든 국민들과 똑같이 선거에 참여하고 싶지만 어려운 말 투성이인 공보물은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 어렵기만하다.”며 “투표소에서 역시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자세한 설명이 없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오거나 처음부터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플퍼스트추진위는 전국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알기 쉽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공보물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며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투표방법을 쉬운 설명 또는 그림으로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집행위원장은 “발달장애인권리보장및지원에관한법률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자신에게 미치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법적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투표권은 단지 정보 접근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피플퍼스트추진위 최관용 대구투쟁위원장은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지만 과거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 때는 내 선택이 없는 ‘선생님’이 찍으라는 대로 찍는 것이 선거였다.”며 “아직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 살고 있다. 그들도 자유로운 의지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선거권을 보장받기 위한 과정에서의 도움을 요청할 뿐, 선택의 직접적 행위에 대해서는 한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는 확실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피플퍼스트추진위 임윤택 전북지역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은 조력자가 함께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발달장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투표를 사전에 연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자신의 선택과 의지를 담아 투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주도적 목소리 “그 어떤 선거권 보장보다 소중해”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피플퍼스트추진위가 직접 자신들의 의견을 모으고 기자회견을 구성, 보도자료 작성과 퍼포먼스를 계획하는 등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가 제작한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기자회견 보도자료 중.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가 제작한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기자회견 보도자료 중.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공동대표는 “그동안의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라는 장애계의 요구에 ‘그건 너희의 생각일 뿐, 발달장애인이 무슨 그런 요구를 하느냐’라고 무시했다.”며 “하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주도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로,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에서 나아가 모든 권리의 주인의식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장애유형을 고려한 투표 방법과 선거 정보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러한 법과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의 일을해야 하는 사람들을 뽑는 소중한 선거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모아가자.”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선택이 없는 투표에 슬퍼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으며, 이어 ▲모든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을 제공할 것 ▲모든 투표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비밀투표 권리를 보장할 것 ▲투표용지를 발달장애인에 맞게 제공할 것 등의 요구가 담긴 요구안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했다.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안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안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안 낭독.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요구안 낭독.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에 대해 질타를 보내는 퍼포먼스. ⓒ정두리 기자  
▲ 발달장애인의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에 대해 질타를 보내는 퍼포먼스. ⓒ정두리 기자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정두리 기자  
▲ 한국피플퍼스트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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