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제청 공개변론 열려
제청신청인 정신보건법 헌법의 신체자유, 자유의사결정권, 적법절차권리 침해
이해관계인 당사자 인권 보호 위해 강제 입원 조항 필요

 

▲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제청 공개변론 현장.
▲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제청 공개변론 현장.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시킬 수 있다.’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의 조항이다. 이 조항은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14일 공개변론을 가졌다.

지난 2013년 박 모 씨는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 진단에 의해 화성시 소재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 됐다.

박 씨는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지 않았음에도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강제입원됐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신보호법 제3조에 따른 구제청구를 했다.

박 씨는 인신보호사건의 심리 중 지난 2014년 정신질환자 등 강제입원 여부를 오직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 심판대상조항(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의 위헌을 주장하는 제청신청인 측은 심판대상조항에서 환자의 강제입원을 결정 짓는 보호의무자와 의사의 이해관계에 대해 지적했다.

제청신청인 측 염형국 변호사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의 입원을 결정짓는 사람은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의사이다.”며 “우리는 여기서 당사자와 보호의무자의 관계, 당사자와 정신과 의사와의 관계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변호사에 의하면 보호의무자와 당사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혹은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에 보호의무자는 그들의 뜻대로 당사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 이 때 당사자는 입원을 거절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속수무책으로 입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정신과의사와 당사자 사이에서 의사는 두 가지 역할을 갖게 된다. 하나는 전문가로서의 의사이고, 다른 하나는 한 병원의 운영을 담당하는 이해당사자다.

염 변호사는 “의사의 동의에서 의사는 치료를 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병원의 수입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될 수도 있다.”며 “국가의 보조금을 받아 환자를 관리하는 병원일 경우 환자의 수는 병원의 수입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개인의 선의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사람이 객관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이 가능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가 구속된다면 이것은 사법기관의 영역이다. 따라서 입원 여부는 사법기관이나 혹은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정신청인 측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의 입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보호의무자가 아닌 제3의 기관 혹은 사법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강제입원조항 헌법 기본권 침해 소지 있어

제청신청인측은 근본적으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이 규정하는 ▲신체자유 ▲자기결정권 ▲적법절차 규정 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우선 정신병원 입원은 환자 본인의 신체를 제약하고, 구속한다.”며 “특히 본인의 신체를 제약당하지만, 이것에 대한 결정권이 본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심판대상조항은 당사자가 입원여부 결정에 관해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신체자유·자유결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염 변호사는 심판대상조항은 당사자 보호입원되는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의 적절한 절차 보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염 변호사는 “절차보장은 인권보장의 핵심이다. 99인의 범인을 풀어주더라도 1인의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 적법절차규정의 의미다.”며 “하물며 범죄자도 체포 시 절차가 강화되고 있는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어떠한 방어권 없이 저항도 못하고 끌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입원 조항 합헌 주장당사자 인권보호 위해 필요해

제청신청인의 위헌 주장에 대해 이해관계인 대리인 정무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심판대상조항의 생겨난 목적을 설명하며 합헌을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강제입원 조항은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심판대상조항은 입원 등이 필요한 당사자에 대해 보호의무자의 동의 아래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킴으로 건강한 가정과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법의 취지를 전했다.

서 변호사에 의하면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기 전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무허가 시설에서 방치됐다. 폭력, 감금을 해도 관련 법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없었다. 피해사례가 늘어나자 국가가 사람들을 관리·보호하고자 정신보건법 입원조항을 만들었다.

서 변호사는 “이전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체계화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인권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을 국가차원에서 보호하고 치료하는게 바로 정신보건법이다. 따라서 제24조 제1항은 인권침해가 아니라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인권보호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의 오·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형사상 처벌로 방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물론 해당 조항이 자칫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의무자의 뜻대로 강제입원을 할 위험도 존재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오·남용은 감금죄와 같은 형사상 책임으로 방지해야 한다. 오·남용 우려 때문에 보호입원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청신청인 측의 적법절차원칙주장에 대해서는 “환자의 퇴원신청이 있는 경우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하는 조항이 있고, 퇴원 거부시 환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있다. 환자 입원에 대한 제도가 엄격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에 절법절차원칙 위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세계 우려 한몸에 받는 조항… 강제입원 발견해도 사후처리 미흡

양측 변론이 끝난 뒤 참고인 발언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안석모 사무총장은 제청신청인의 심판대상조항 위헌 주장에 힘을 보탰다.

안 사무총장에 의하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한국의 정신보건법이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안 사무총장은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세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인권위에 제기된 장애인 관련 진정사건 중 정신보건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한 사건의 비중이 매우 높고, 그 중 입원절차와 입원과정에 관한 사건이 50%를 넘게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의 필요성도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사후구제절차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청구가 어려우며 권리구제도 미흡하다. 실제 인권침해 사건 중 처벌을 받은 병원은 거의 없다.”고 심판대상조항 오·남용에 대해 법적 처벌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에서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추후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결할 예정이다.

▲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신보건법 위헌 팻말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정신장애연대 홍석철 씨.
▲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신보건법 위헌 팻말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정신장애연대 홍석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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