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장애 당사자 김세룡 회장 인터뷰, 신체·정신·인식 삼중고를 겪는 신장장애인

“한번 투석할 때마다 몸에서 3~4kg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피부가 까맣게 변하고, 온몸에 마치 경련이 일어나는 듯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일주일에 3회씩 투석을 할 때마다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한국신장장애인협회(이하 협회) 김세룡 회장.

그는 38세 때 처음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한 회사의 노동자로 한창 활동할 나이에 일주일에 3회 투석을 받으며 경제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는 매일매일이 좌절과 절망 이었다.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

심지어 당시는 지금처럼 신부전증이 ‘장애’에 포함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의료지원도 부족해 환자 본인이 의료비 부담을 져야했다.

이에 투석을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5~60만 원의 진료비를 내야했다. 의료비와 생계를 위해 아내는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하루하루 돈을 벌었다.

아프다는 절망감과 가족을 지키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방탕하게 살았던 그는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처음 신부전증을 알았을 때, 내가 무슨 정보가 있었겠느냐.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와 생계 유지는 오롯이 우리 가족의 몫.”이었다며 “그러던 중 힘들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웃주민이 주민센터에 제보를 했다. 이후 주민센터 사람들이 우리집에 와서 우리가 생활하는 곳을 보고 난뒤, 우리는 긴급의료비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그 당시를 설명했다.

긴급 의료지원비로 한달에 10만 원 씩 지원을 받으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몇 년 뒤. 신부전증이 신장장애 유형으로 포함돼 그는 3년 동안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후 신장이식을 받고 지금까지 ‘완치’가 아닌 ‘정기 검진과 정기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김 회장은 신장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 본인은 ‘행운’이 따르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신부전증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장애로 인정받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이식한 뒤에도 큰 부작용 없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당뇨와 같은 합병증은 존재하지만, 이는 다른 신장장애가 있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적 다행인 상태라는 것.

계속해서 약을 먹고,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당뇨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본인을  ‘다행’이라고 설명하는 김 회장을 보며 현재 신장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현실은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정’된 정부지원금, 추가 진료비가 더 많이 드는 당사자

2015년 기준 신장장애 등록 장애인은 약 8만 여 명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3~4회 정기 투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신장장애 투석 비용은 정액수가로 14만6,000원, 의료비 지원에 따라 당사자는 10%인 1만4,000원 정도를 부담한다.

일주일에 3~4회, 한달에 평균 13번 투석을 받는다면 본인 부담금은 19만 원 정도다.

또한 투석비와 별도로 면역력이 약해져 생기는 합병증과 고혈압, 칼슘 조절제 등의 약을 구매할 경우 환자 본인 부담금은 한달에 25만 원이다.

즉, 투석비와 약값을 합하면 한달에 신장장애 당사자(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제외)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43만 원 정도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투석을 해야하는 환자가 여느 회사처럼 주5일 근무를 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을 생각할 때 이는 큰 금액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투석 과정에서도 비용은 발생한다. 일단 투석을 위해서는 정맥과 동맥혈관을 합쳐 하나의 혈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약 이 혈관이 막힐 경우 투석을 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혈관이 막히는 경우는 빈번히 나타난다. 그럴 경우 재개통술을 해야하는 데 이 또한 개인 부담금이 30만 원 정도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실제 협회에 따르면 신장장애인들은 의료비가 소득대비 50%이상 높은 편이다. 이에 의료비로 인한 가계부담으로 약 90%이상이 의료비로 집을 팔거나 돈을 빌리는 ‘메디컬 푸어’를 경험했다고 나타난다.

이에 김 회장은 “병원을 갈 때마다 다 돈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병원을 안갈 수도 없다. 안가면 바로 죽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투석→ 신장이식… 장애 등급은 낮아지고, 지원은 줄어들고

투석을 하는 환자는 신장 이식을 통해 병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식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신부전증이 있는 사람들은 장애등급제에 따라 3개월 이상 투석이 지속될 경우 장애 2급 판정을 받는다. 이식을 받게 되면 5급으로 등급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장이식을 한 사람의 경우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 본인이 이식 이후 병원건강검진, 합병증, 의약품 등의 비용을 상당부분 부담해야 하지만, 의료비 지원과 생활비 지원이 등급의 하락으로 줄어들다 보니 어려움은 계속되는 것.

이에 따라 당사자는 신장 이식 후 한 달기준 정기검진과 특수검사비, 면역억제제 같은 의약품을 이용할 경우 20~25만 원을 계속 지출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투석을 통해 본인부담액이 10만 원인것과 비교하면 2배가 더 증가한 셈이다.

건강해질려고 신장이식을 받았지만, 경제 여건은 더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경제활동도 못하고, 계속해서 검사를 하는 것은 이식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장애등급이 떨어져 의료비 부담은 더 늘게 됐다. 차상외계층 제외로 생활비 지원도 되지 않으니 오히려 이식 후 경제생활이 더 어려워 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많은 이식 환자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의료비 부담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특히 이식을 받은 뒤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은 의료비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들을 위해 이식 후 의료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편견속에 속앓이만 하는 신장장애인

김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신장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신장장애는 내부기관의 장애로서 겉으로는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비장애인 사람들은 신장장애인을 겉으로 봤을 때는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왜 장애인이냐?’ ‘왜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나?’ 란 오해를 많이 한다.”며 “그러나 울이는 매일매일 우리만 아는 고통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고 신장장애인의 현실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 이해가 안간다면, 심한 감기 몸살에 걸린 상태가 평생 지속된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며 “매일 온몸에 힘이 없고, 어지럽고,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들한테 일을 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심한 사람의 경우 10m만 걸어도 어지러워서 쓰러진다. 사람들은 우리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병과 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회장은 정부와 사회가 신장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안전망을 만들어 주길 촉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 회장은 “장애인 건강법이 통과되면 장애인들의 필수의료 범위 확대와 질환 특성에 맞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장장애인들에게도 의료비 지원, 가계 지원 등 많은 지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또한 신장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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