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손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지원 요청했으나,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도 시간 연장도 없었다”

▲ 뇌병변장애인 공무원시험 면접탈락 규명을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
▲ 뇌병변장애인 공무원시험 면접탈락 규명을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

국가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탈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태훈(28세) 씨는 지난 1년간 공무원 시험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 5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세무직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서 298.1점(합격 최저 점수 266.56점)으로 합격했다.

윤 씨는 평소 일반기업의 서류심사에서 합격해도 뇌병변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공정한 평가를 통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무원 시험에 지원했다.

필기시험이 끝나고 한 달 뒤, 윤 씨는 면접시험인 자기기술서 작성과 5분 발표를 준비했다. 뇌병변장애로 말하기와 손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인사혁신처에 대필 등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윤 씨는 다시 한 번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통해 인사혁신처에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인사혁신처로부터 ‘노트북과 대필 지원 등에 대한 편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면접에서는 기본 편의제공만 이뤄졌을 뿐, 중증의 장애가 있는 응시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미흡했다.

▲ 공무원시험 면접 탈락 당사자 윤태훈 씨.
▲ 공무원시험 면접 탈락 당사자 윤태훈 씨.

윤 씨의 주장에 따르면, 20분 안에 자기기술서를 작성한 뒤 10분 뒤 5분간 자기기술서를 구술로 발표해야 한다.

그는 대필을 지원하는 보조인과 함께 준비했지만, 자기기술서를 작성하는 20분의 시간은 윤 씨의 생각을 전달하고 이를 받아적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 뇌병변장애로 말하는 속도가 느린 윤 씨에게, 언어장애가 없는 다른 응시자와 똑같은 발표시간 5분이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말하는 것을 보조하는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ACC)도 제공 받지 못했고, 윤 씨는 결국 ‘탈락’ 통보를 받았다.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씨는 “면접과정에서 장애유형을 고려한 시간 연장은 전혀 없었다. 앞으로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지만, 국가시험에서도 차별 받고 떨어지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원통함을 전했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

 

 

 

 

 

 

 

 

 

 

 

이에 윤 씨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도움을 받아 인사혁신처와 국가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일반기업에서는 이율과 효율성을 이유로 장애인을 떨어뜨리곤 한다. 하지만 국가시험장에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에 대해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공무원 면접시험자체가 중증의 장애가 있는 응시자에게 불리한 시험이었다며 ‘위법’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손에 장애가 있건 없건 무조건 20분의 자기기술서 작성시간을 줬다. 또한 구술발표 시간에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고 당연히 갖춰져야 할 편의제공도 미흡했다. 때문에 윤 씨의 이번 공무원 시험 탈락은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이 이 부당한 면접과정을 면밀히 살펴 장애인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윤 씨가 이번 사건으로 겪은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 50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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