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참여 모델인 ‘액티브 서포트’, 보호 중심의 발달장애인 지원의 대안으로 이용돼야

▲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실천을 위한 한일 합동강연 참석자.
▲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실천을 위한 한일 합동강연 참석자.

 

저는 저를 이해할 수 있는 서포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떻게 말을 해야 상대방과 매끄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자립생활을 할 때 위험한 일에 저는 어떻게 해야 다치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등 나의 능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원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 피플퍼스트 박현철 준비위원장 -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장애 때문에 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제가 취업한 뒤에도 처음에는 함께 직장에 가서 일하는 것을 나에게 설명해주고 낯선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소개해줄 수 있는 서포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낯선 사람 앞에서는 말도 더 더듬고 몸도 더 경직이 되기 때문이죠. 또한 저는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구직을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저와 같이 일자리 면접을 다녀주고 진정으로 저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 도봉노적성해CIL 자조모임 우리의 세상 심택진 회원 -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방법이 사람 중심인 ‘액티브 서포트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도봉노적성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도봉노적성해센터)는 지난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참석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실천을 위한 한 ·일 합동공연’을 열어 자립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방법이 문제로 지적됐다.

▲ 도봉노적성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 우리의 세상 심택진 회원.
▲ 도봉노적성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 우리의 세상 심택진 회원.
▲ 서울피플퍼스트 박현철 준비위원장.
▲ 서울피플퍼스트 박현철 준비위원장.

 

 

 

 

 

 

 

 

 

 

 

 

 

자기 권리가 묵살된 지원방법, 호텔모델

도봉노적성해센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방법은 주로 ‘호텔모델’ 형태이다.

호텔모델이란 서비스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참여할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서비스 이용자인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목표나 활동을 생각하지 않는 모델이며, 발달장애인 지원인은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능력촉진자가 아니라 자신을 단순 ‘가사노동자’의 역할로 간주한다.

단순 가사노동 개념의 호텔모델은 발달장애인에게 자기 권리와 관련해 목소리낼 수 없는 형태다.

이와 관련해 도봉노적성해센터는 호텔모델로 인해 발달장애인에 야기되는 문제점으로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약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 박탈 ▲일상생활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 감소 ▲자신감 감소 ▲일상적으로 겪는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 감소 등을 지적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백미 팀장은 “예를 들어 신체장애 중심의 활동지원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더욱 힘들게 한다. 현재 발달장애인에 제공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당사자 의사를 배제한 ‘보호’ 중심의 지원만을 하고 있다. 활동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자립지원 제도 또한 대부분 그렇다.”며 “보호만을 외치는 ‘기능’ 중심의 접근방법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 중심의 지원방법, ‘액티브 서포트(Active Support) 모델’

백 팀장은 보호 중심의 지원방법에 대한 대안으로 액티브 서포트 모델을 주장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최초로 연구되고 개발된 액티브 서포트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이 활동에 있어 능동적으로(Active)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지원인이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선호를 고려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며, 당사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완전하게 참여하도록 만든 모델’이다.

단순 보호를 중심으로한 기존의 호텔모델과는 달리 액티브 서포트는 당사자를 중심으로한 참여형 모델로서 발달장애계는 이를 선도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액티브 서포트를 시행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이 낮은 수준의 활동이라도 일상생활에 직접 참여해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 위해서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액티브 서포트 모델과 호텔모델의 차별점으로 △지역과 가정에서의 의미 있는 활동참여 강조 △지원자가 세운 계획이 아닌 당사자의 하루 일과 속에서 직접 참여를 유도 △당사자들의 역량 고려해 활동을 세분화 △당사자가 선호하는 지원방식을 고려해 제공 △능동적인 참여와 선택의 폭 극대화 등을 꼽았다.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백미 팀장.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백미 팀장.

백 팀장은 “이미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액티브 서포트 모델로의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와 이념은 지원인이 장애인을 위해 무엇가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장애인의 활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점이다. 액티브 서포트의 접근방법은 단연 ‘사람’ 중심이다.”며“액티브 서포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발달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사람답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고 액티브 서포트의 최종 목표를 밝혔다.

이날 발달장애인 당사자로서 토론에 참석한 서울 피플퍼스트 박현철 준비위원장은 “어려운 일에 있어 단순한 지원만 해주는 것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인 이용에 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원인을 양성시켜 사회참여가 좀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당사자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일본의 Inclusive사회를 전망하는 연구회 야스자토요시키 공동대표가 기조 강연에 나서 일본의 지적장애인 지원 환경에 대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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