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장애인연대 카미·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기자회견 진행

“저는 강제입원을 두 번이나, 그것도 가족에 의해 당했습니다. 병원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폭행, 감금, 사지강박 등은 기본이고 사람의 정신을 희미하게 만드는 일명 ‘코끼리 주사’는 우리에게 일상이였습니다. 그곳에 가면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도 소위 ‘미친사람’으로 나오게 되는 곳이 바로 병원입니다. 가족이 가족에게 이런 몹쓸 짓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국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몇백 명씩 죽어나가도 사회는 우리를 외면했습니다. 이 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 ‘강제입원 피해자 구제와 배상촉구’ 기자회견 모습.
▲ ‘강제입원 피해자 구제와 배상촉구’ 기자회견 모습.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의 강제입원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정신장애인·질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카미(KAMI)와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은 14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강제입원 피해자 구제와 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재판관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가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선고하고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당시 헌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의 필요성 판단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를 두고 있지 않고 ▲단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내려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보호입원의 법률 근거가 사라져 보호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호입원이 불가능한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위헌 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는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해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은 계속 적용된다.

이에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정신병원‧요양원, 장애인복지시설의 정신장애인·질환자 인권침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폐지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을 재개정하라고 촉구했다.

▲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카미 권오용 사무총장.
▲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카미 권오용 사무총장.

이날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카미 권오용 사무총장은 강제입원 조항 등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 조항 외에도 다른 독소조항이 산재해 있는 정신보건법 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무총장은 “헌재의 결정에 앞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인 한국에 대해 지난 2014년도에 이미 정신보건법에 의한 비자의 강제입원은 협약 위반으로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며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한국이 정신장애인·질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조항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법에는 독소조항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기본권 등을 보호하고 이들의 탈원화와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 보장에 대한 제도·정책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뒤 단체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해 정신보건법에 의한 강제입원제도 폐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한 강제입원 피해자 조사와 당사자 희망에 따라 퇴원시키고 피해에 대해 보상 △정신장애인·질환자 탈원화와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권리 보장하고 이들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수립 참여 보장 △정신보건법 폐지하고 정신장애인·질환자 자기결정권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정신장애인의 권리보장법 제정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 ‘강제입원 피해자 구제와 배상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강제입원 피해자 구제와 배상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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