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추련, ‘2016 장애인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열어

올해 장애인 인권과 관련된 판결 중 대다수가 실제 가해자에게 내려진 실형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원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가해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6 장애인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를 열었다.

연구소와 장추련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선고된 장애인 관련 판결 중 디딤돌·걸림돌 판결 8건과 주목할 판결 2건을 선정,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더불어 이 과정을 참여한 단체의 활동가와 대리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송 진행 과정 등을 소개했다.

이날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사례는 ▲지적장애 아동 성매수자를 상대로 성매수의 위법성을 내세워 민사상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외부 출입문을 시정했다고 해 당연히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 항소심) ▲아버지가 지적장애 1급 아들을 망치로 가격해 살해한 사건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한 사례 등 8건이 선정됐다.

특히 지난 2013년 세상에 알려지게 된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의 항소심인 형사 2심 판결에 대해 단체는 장애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단체에 따르면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은 지난 2001년~2013년까지 강원도 홍천에서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 이 과정에서 시설 거주인 방치로 인한 사망, 부실한 시설 관리, 시설 거주인에 대한 감금과 노동착취, 시설 거주인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착복 등에 대한 혐의가 ㄱ방송사의 취재로 인해 지난 2013년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다. 당시 1심을 담당한 춘천지방법원은 피고인(가해자)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심(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하고 유기와 감금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로 법원은 ‘시설 거주인들이 필요로 하는 편의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도 생존에 필요한 조치 자체를 방기해 유기했다고 볼 수는 없고 외부 출입문을 시정(잠금장치)했다고 당연히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등의 판단을 근거로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상고를 기각했다.

단체는 “재판부는 시설 거주인들이 직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경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감금죄에 대한 증명이 어렵다고 했지만 일부 시설 거주인들의 경우에는 나가고 싶어도 직원들이 외출을 못하게 한 것으로 봤을 때 이들에 대한 감금죄는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외출하려 한 시간이나 외출 요구의 유무 등 구체적인 경위나 외출을 하지 못한 시점 등을 피해자, 즉 지적장애가 있는 시설 거주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에 대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한 유기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진술 외에도 유기죄를 인정할 수 있는 정황 증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구체적인 경위를 모두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 또한 장애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미 시설에서 곰팡이 핀 침구류 사용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섭취 등으로 인해 당시 일부 시설 거주인들은 곧바로 병원에 옮겼다. 이 같은 정황을 봤을 때 이들에 대한 유기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단체는 사법절차 내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취약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법종사자들에게 장애 유형과 특성에 맞는 감수성이나 인권인식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좀 더 발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장애인인권 디딤돌 판결로는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유기기구 이용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등 8건이, 주목할 판결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의 교통수단 이용 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시외이동권소송 1심)’ 등 2건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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