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서울시 복지 예산…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2017년도 서울시 복지 예산…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6.12.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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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노숙인 단체 서울시 복지 예산 비판 기자회견 열어

서울시가 지난달 10일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 안에 사회 소외계층이 있었을까.

답은 ‘아니다’. 예산안에는 장애계의 주요 요구안인 활동지원서비스, 자립생활센터 예산, 의사소통 기구 등에 대한 예산이 대부분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뿐만 아니라 노숙인 관련 예산도 삭감 혹은 동결된 상황이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계는 7일 오후 4시 서울시의원회관 일대에서 서울시 복지예산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이에 한시간 앞선 3시에는 2016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홈리스 행동,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등, 이하 기획단)은 서울시 노숙인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이은 질타를 보냈다.

더불어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시 장애인과 노숙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예산 확충 논의를 활발히 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탈시설 계획은 있지만, 탈시설 예산은 없는 서울시

▲ 장애계는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을 위해 서울시의회의원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장애계는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을 위해 서울시의회의원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장애인 생존권 관련 예산 확대를 위해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3차례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서울장차연은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통해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후 서울장차연은 서울 정무부시장을 비롯한 실무부서와 면담을 진행했으나 활동보조 24시간과 자립생활주택의 증대 문제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장애인 정책 예산 항목은 ▲자립생활 주택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보완대체의사소통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 전용 개인택시 ▲전 역사 휠체어 급속 충전기 설치 등이다.

이 항목에 대해 서울시는 자립생활주택 5억3,000만 원(자립생활 주택 10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지원 53억4,000만 원,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245억520만 원, 보완대체의사소통(AAC) 5,000만 원을 각각 편성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내년도 장애인 정책 예산으로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장애계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서울시장애인탈시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까지 서울시 시설거주인 약 3,000여 명의 인원 중 20%에 해당하는 600인에 대한 탈시설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탈시설의 중요 요소인 주거와 관련해서 2016년 기준 서울시 자립생활주택 수는 57개소에 불과하다. 1가구 2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57개소로는 최대 114인 만이 거주할 수 있다. 3,000여 명에 달하는 시설 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에 장애계는 내년도 자립생활주택 수를 추가로 50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자립생활주택 1채에 6,000만 원이 사용됨을 고려해 총 30억 원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10채 5억3,000만 원만을 편성했다.

서울장차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년마다 자립생활주택 100채를 늘려도 서울시 시설거주인 약 3,000여 명의 자립을 위해서는 약 10년(1가구 3인 기준)이 걸린다. 그런데 서울시는 겨우 10채만 추가하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거주인 전원 탈시설을 위해서는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탈시설의 핵심 요소인 중증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24시간 보장도 이용자 인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올해 94인의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24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12월 기준으로 시도별 활동보조 추가지원 현황을 보면 서울 내 최중증 독거 장애인은 487인에 이른다.

이에 장애계는 내년도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에 있어 360시간 100인, 290시간 100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인원 추가 없이 기존 360시간 94인 정책을 유지했다.

서울장차연 양유진 활동가는 “우리도 서울시가 예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200인 전원 360시간 보장이 아닌, 100인 360시간, 100인 290시간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마저도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이 없다면, 시설 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은 탈시설에 반드시 필요한 지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탈시설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서울시의 탈시설 의지 부족을 꼬집었다.

실제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추경진 씨는 “활동보조서비스는 중증 장애인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활동보조인이 집에 가고 나혼자 남아있을 때는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간다. 당장 어떤 사고가 나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매일매일 불안감과 걱정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활동보조 24시간이 절실함을 알렸다.

탈시설 관련 예산 뿐 아니라 의사소통권리지원사업 부분에서도 예산이 삭감됐다.

서울시는 올해 보완대체의사소통(이하 AAC) 관련 예산은 8,000만 원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에서 AAC 관련 예산이 3,000만 원 삭감된 5,000만 원이 편성됐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의 개별 맞춤형 지원사업의 인력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당초 서울장차연은 AAC 중재 및 체험관 운영에 5,500만 원, AAC 활용 및 적용에 3,100만 원, 의사소통권리 인식개선과 홍보에 1,100만 원, 장애인 의사소통권리지원사업에 300만 원, 총 1억 원 편성을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장애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8일부터 진행되는 서울시 예산결산위원회 및 계수조정에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숙인 복지 예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 2016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노숙인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 2016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노숙인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숙인 보호․자활 지원 정책에 소요될 복지 예산도 삭감됐다. 서울시 사회복지 예산은 8조6,91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3,458억 원 증가했지만, 노숙인 복지 예산은 약 493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4억 원 정도 삭감됐다.

주거안정지원 예산을 살펴보면, 내년도 서울시 노숙인 주거안정지원 예산은 11억1,000만 원으로 지난해 비해 1억2,000만 원 증가됐다. 그러나 증가 항목을 살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알 수 있다.

임시주거 지원 인원은 올해 450인에서 내년 600인으로 150인 증가했지만, 주거 지원 기간은 4개월에서 3개월 단축된 것.

서울시 입장에서는 지원 인원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원인원 450인, 월세 25만 원, 지원기간 4개월의 예산은 4억5,000만 원이다. 이는 내년도 지원 인원 600인, 월세 25만 원, 지원 기간 3개월의 예산 4억5,000만 원과 동일하다. 결론적으로는 예산이 동결된 것.

홈리스 행동 황성철 활동가는 “지원 개월 수를 줄인 것은 다시 말해 3개월을 넘어가는 노숙인은 지원을 하지 않는 다는 의도인가?”라며 “수행기관에서는 지원 개월이 짧아짐에 따라 성과를 위해 선별적 지원의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노숙인이나 복지제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노숙인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주거안정지원 1억2,000만 원 증가분은 내년에 처음 시작되는 지원주택 2개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8,000만 원과 인원 증가에 따른 생필품 비용 증가분일 뿐이다.

거리노숙인 보호 예산은 약 70억4,000만 원으로 1억3,000만원 증가됐다. 그러나 이 또한 돌려막기 식 예산 편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노숙인 위기대응콜 운영에 약 6,000만 원, 거리상담활동 강화 약 2억1,000만 원이 줄어든 반면에 노숙인 정신건강팀 운영 예산은 1억5,000만 원 증가했다.

위기대응콜과 노숙인정신건강팀, 거리상담활동의 중점은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노숙인을 발견하면 최소한의 안전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잃어 처음 노숙 상황에 처한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 기존 노숙인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활동을 통한 욕구 파악 뒤 주거, 일자리, 의료 지원 등과 관련 있다.

즉, 위기대응콜과 거리상담활동 강화 예산은 줄이고, 정신건강팀 예산만 증가한 것은 궁극적으로 예산 확대가 아니라 예산 돌려막기라는 비판이다.

노숙인의 생계와 직결되는 일자리 지원도 예산이 삭감됐다. 내년도 일자리 지원 예산은 80억300만 원으로 1억 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일자리 갖기 사업 노숙인은 400인에서 220인으로 180인이 줄었고, 특별자활근로는 600인에서 550인으로 50인이 줄었다. 일자리 지원에서 총 230인이 줄어든 것.

특히 기획단은 일반 일터로 나가기 전 노숙인들이 근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자활근로가 임금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평균 월 40~50만 원 수준의 임금에 월세 25만 원을 내면 20만 원 남짓으로 한달을 생활해야 한다.

노동당 서울시당 윤원필 국장은 “서울시는 내년도 생활임금(지역에서 생활이 가능한 임금)으로 시급 8,170원을 책정하면서 노숙인 임금은 턱없이 낮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임금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노숙인들의 경제권을 위해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기획단은 서울시에 △임시주거지원 확대 △노숙인 환자 후속지원 계획 수립 △거리상담활동 예산 확대 △노숙인 일자리 확대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