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가고 싶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추진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선전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두리 기자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선전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두리 기자

장애인의 시외이동권을 위한 버스타기를 진행한지 어느새 4년. 올해도 그들의 탑승을 허락한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그리고 들뜬 표정의 고향가는 사람들 사이로, 장애인들은 떠나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또’ 다음을 기약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시외·고속버스에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명절이면 터미널을 찾아 기자회견과 시민 선전전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고, 올해 첫 명절인 설을 앞두고 귀성행렬이 시작되는 26일 오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는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전장연의 기자회견이 다시 열렸다. 특히 올해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국회의원의 개정 방향도 발표됐다.

그리고 이날 장애계는 2시 40분 부산행 버스 표를 구매했지만 어김없이 탑승하지는 못했고, 승객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함께 해주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선물을 전하며 선전전을 펼쳤다.

“‘예산 없다’ 핑계 대는 정부, 당신들이 문제”

올해도 버스를 타지 못해 고향에 가지 못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영은 권익옹호활동가는 자신의 고향 가는 길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장애인을 위한 탑승설비가 없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이용하는 전동휠체어 대신 수동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했다.

▲ 올해 첫 명절인 설을 앞두고 귀성행렬이 시작되는 26일 오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는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전장연의 기자회견이 다시 열렸다. ⓒ박준성 기자
▲ 올해 첫 명절인 설을 앞두고 귀성행렬이 시작되는 26일 오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는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전장연의 기자회견이 다시 열렸다. ⓒ박준성 기자

최영은 활동가는 “얼마 전 부모님을 만나러 지방에 가려 했지만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동휠체어를 버스에 싣고 다녀왔다.”며 “수동휠체어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이동할 수 없어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또 전동휠체어는 단순히 보장구가 아닌 내 다리와 같은 것으로 전동휠체어를 거부하는 것은 나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누워가는 버스도 생기는 사회에 산다. 이제는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를 도입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함께 탈 수 있도록 일반버스 1대당 편의시설 설치비용은 4,000만 원으로 40대에 도입하면 16억 원. 그동안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교통약자를 위한 시외·고속버스 배차를 번번이 미뤄왔다.

▲ 비장애인 고객만을 태우는 버스. 장애인 승객은 표를 구매해도 편의시설이 없어 버스를 탈 수 없다. ⓒ정두기 기자
▲ 비장애인 고객만을 태우는 버스. 장애인 승객은 표를 구매해도 편의시설이 없어 버스를 탈 수 없다. ⓒ정두리 기자

반면 지난해 11월 25일 일명 ‘누워가는’ 프리미엄버스가 개통했다.

예산 부족은 핑계일 뿐. 정부의 이중적이고 기만적인 모습에,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에서 장애인은 배제 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대중교통은 모두의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와 운수사업자는 수익의 논리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시민들도, 매번 이동권을 외치는 우리도 마음이 무겁다.”며 “당연한 ‘생존권’이자 ‘권리’인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민 의원 법 개정 추진… 이동권 보장 의무화와 지원방안 담을 것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참석해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회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은 10여 년 전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도 편리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담아 제정됐다. 하지만 법은 법대로일 뿐, 현실에서의 실현은 지지부진하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홍길동’에 비유했다. “법이 있지만 법이 지켜지지 않는데, 어떻게 법이라 불리겠는가.”라며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한 것.

이에 추진되는 개정안은 ▲시내버스(광역버스) 대폐차 되는 버스에 대하여 의무적인 저상버스 도입 ▲프리미엄버스,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버스 도입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의무화 및 지원방안 ▲특별교통수단운영에서 국토교통부 및 도지사의 의무 부과 및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프리미엄 버스 등이 (변화가) 시작될 때도 장애인을 위한 이동편의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여전희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그 의무를 넣어 법 개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다음 명절에는 차만 바라보고 고향에 못가는 일이 없도록, 고향가서 얼굴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 버스를 향해손을흔드는장애인들. 그들은 버스에 장애인을위한 탑승 설비가 없어 시외고속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정두리 기자
▲ 버스를 향해손을흔드는장애인들. 그들은 버스에 장애인을위한 탑승 설비가 없어 시외고속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정두리 기자
▲ 버스표를 구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시외고속버스는 장애인 고객의 탑승을 거부했다. ⓒ정두리 기자
▲ 버스표를 구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시외고속버스는 장애인 고객의 탑승을 거부했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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