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으로 만난 인연… “우리는 지금이 ‘딱’ 좋아요”

▲ 휠체어컬링 정태영·조민경 부부, 정태영 선수(왼쪽)의 투구를 옆에서 지켜보는 조민경 선수(오른쪽). ⓒ정두리 기자
▲ 휠체어컬링 정태영·조민경 부부, 정태영 선수(왼쪽)의 투구를 옆에서 지켜보는 조민경 선수(오른쪽). ⓒ정두리 기자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휠체어컬링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이천훈련원. 7일 오전 경기를 마친 대기실에 ‘알콩달콩’ 경기 후기를 나누고 있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경남 대표팀 다섯 명의 소속 팀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두 선수, 정태영(46)·조민경(41)부부다. 두 조로 나눠 진행되는 예선 리그전에서 그들이 속한 경남은 이날 일곱 경기 중 네 번째 경기를 12대 2로 크게 이겼다.

결혼 4년차, 휠체어컬링으로 인연을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전화번호를 받아 아내 이름을 ‘나의 기적’이라고 적었죠.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준비도 안했던 내게 우연히 찾아온 기적 같은 사람이었어요.”

남편 정태영 선수는 조민경 선수와의 첫 인연을 이렇게 기억했다.

경남 대표팀이던 정태영 선수와 당시 부산 대표팀이었던 조민경 선수는 종종 경기를 하면서 마주치곤 했다. 하지만 정태영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할 뿐, 다른 팀의 선수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둘은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조민경 선수와 ‘커피한잔’, ‘밥 한번’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끌리게 됐다.

휠체어컬링 외에도 수영과 요트도 함께 하던 조미경 선수가 요트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당시 국가대표였던 모 선수가 그들의 연결 고리가 됐다. 해당 선수가 정태영 선수에게도 가까운 지인이었던 것. 그렇게 만남이 시작이었다.

▲ 휠체어컬링으로 인연을 맺어 결혼한 4년차 부부 정태영·조민경 선수. ⓒ정두리 기자
▲ 휠체어컬링으로 인연을 맺어 결혼한 4년차 부부 정태영·조민경 선수. ⓒ정두리 기자

사실 그들의 성격은 잠시의 대화에서도 드러날 정도로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 조민경 선수는 활달하고, 정태영 선수는 내성적이다.

조민경 선수는 “처음 ‘손 잡아도 되요?’, ‘사귀어 볼래요?’ 이렇게 물어보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며 “아주 비슷한 성격끼리만 끌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다른 성격도 잘 맞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태영 선수는 “아마 서로 닮고 싶었던 것 같다.”고 화답하듯 말했다.

1년 쯤 연애를 하고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주변 사람들은 상대를 선뜻 예측해 내지 못했던 이유도 어쩌면 너무 달랐던 둘의 성격 탓이었을 듯.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을까. 지금은 조금씩 성격이 닮아가고 있단다.

“결혼을 하고 경남으로 팀을 옮겼고, 함께 훈련하면서 큰 도움이 됐어요. 국가대표가 된 지금도 집에 가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요. 훈련 끝내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도움을 주는 남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죠.”

결혼을 하면서 부산에서 경남으로 아내 조민경 선수는 남편이 있는 팀으로 옮겼다. 훈련장이 마땅치 않아 주로 새벽 훈련이 많은 경남 팀의 일정이 때론 힘들지만, 함께하는 서로가 있기에 든든했다.

정태영 선수는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느끼고 있다.”며 “서로의 경기에 더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더 잘하길 바라는 관심과 애정.”이라고 자랑했다.

아내 조민경 선수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부터 각 포지션 별로 개별 선발이 됐고, 팀 내에서 자신보다 동료들을 위한 전술에 힘을 썼던 스킵인 남편의 지원이 컸다.

조민경 선수는 “국가대표 훈련을 마치고 잠시 집에 돌아가면 남편은 밥을 먹을 때도 경기 영상을 보여주거나 휠체어컬링 이야기를 계속한다.”며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국가대표의 입장에서 든든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내 생각을 먼저 해보는 남편을 두고 집을 자주 비우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며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 훈련한다.”고 정태영 선수가 자신에게 바라는 마음에 응답하듯 말했다.

든든한 ‘내편’이자, 그만큼 혹독한 ‘채찍’이 되고 있는 정태영·조민경 선수 부부.

둘은 “지금이 딱 좋다”며 서로에게 충분히 좋은 배우자임을 자신했다.

이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다. 싸우기도 하지만, 금방 둘도 없는 애틋한 부부가 된다.”며 “나이가 더 들어도 지금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지지하며 부부 선수이고 싶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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