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3.1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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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19차 촛불집회 모두 참석한 장애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환영하며 대선 준비에 박차

지난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심판 결과가 발표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만장일치로 탄핵 소추안을 인용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결과가 발표된 시간부터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탄핵 인용까지 약 6개월여간에 여정을 잠깐 살펴보자.

지난해 9월 한 방송사를 통해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가 기밀 문서 확인, 대통령 연설문 첨삭 등 국정 개입 정황이 보도된 이후 최 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서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국정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연일 계속해서 드러났다.

최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사람들을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임명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되는 예산을 그와 그의 사람들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국민들은 관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인 구속, 박근혜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29일 촛불을 들고 처음 거리로 나섰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난해 11월 12일 제3차 촛불집회 때는 한국 근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만 100만 명(주최측 추산)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에 나왔다.

정치권도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에 답하듯,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찬성 234표, 반대56표, 기권 2표, 무효 1표로 통과시켰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재판관은 90여 일간 이어진 심판 끝에 지난 10일 최종 인용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19회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19번의 촛불집회, 늘 함께 했었던 장애계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부가 불합리한 정책을 펼치고, 인권을 억압하는 등의 사회 위기를 초래할 때 지체 없이 광화문으로 나와 촛불을 밝혔다.

장애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대통령 국정농단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촛불과 함께 광화문에 있었다.

이번 촛불집회 때도 장애계는제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4일 제19차 촛불집회까지 개근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장 앞에는 정부의 방관속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장 앞에는 정부의 방관속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조현수 정책실장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에 함께 했다.”며 “광화문 지하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을 한지 1,600일이 넘었지만,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우리의 삶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농성장 앞에 13개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는 참혹한 현실에 있다. 끔찍한 4년을 보냈다. 이제 시작이다. 단순히 탄핵 발표로 박근혜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 19차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장애계는 사전집회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 19차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장애계는 사전집회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장애계는 19번에 걸친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침과 동시에 사전집회를 통해 그들의 문제를 사회 전체에 알리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때는 사전 집회에서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쳤고, 이후 송파 세모녀 3주기 시민 추모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행동 등 사회 소외계층이 겪는 어려움에 목소리를 더하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낱낱이 전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힘을 모아야 권력을 이길 수 있다.”며 “개개인일 때는 작은 목소리지만, 서로 연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걷잡을 수 없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이 연대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린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의 촛불에 의해 탄핵됐다. 우리는 앞으로 개개인이 아닌 연대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의 시작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탈시설-자립생활권리보장이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1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발표에 대한 입장발표를 진행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1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발표에 대한 입장발표를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은 오는 5월 9일이 가장 유력해졌다. 이에 장애계는 2017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재단(이하 420공투단)을 꾸려 ‘벚꽃 대선’에 나선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 기자회견 뒤, 장애계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까지 행진했다.
▲ 기자회견 뒤, 장애계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까지 행진했다.

420공투단에 의하면 현재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만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선언했을 뿐, 다른 대선 주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420공투단은 탄핵 환영 첫 번째 성명을 통해 복지공약 제1호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했다.

그들은 “이 땅의 노인,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이 함께 생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복지공약 제1호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 당과 후보들 스스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하길 촉구한다. 만약 이 약속을 회피하거나, ‘사각지대 해소’라는 얄팍한 언어로 넘어가려 한다면, 그들은 우리의 적폐대상이 될 것.”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한편 420공투단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1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연 뒤, 대국민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 한시간여 이어진 행진 끝에 광화문에 도착한 장애계는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들었다.
▲ 한시간여 이어진 행진 끝에 광화문에 도착한 장애계는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