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보호 조치로 옮겨진 거주시설에서 5년 여… 대책위, 법인 해체와 임원 전원 해임 촉구

▲ ‘ㄱ시설 Shut Down 대책위원회’가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ㄱ시설 Shut Down 대책위원회
▲ ‘ㄱ시설 Shut Down 대책위원회’가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ㄱ시설 Shut Down 대책위원회

이른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인화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다른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긴 뒤 또다시 폭행과 학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은 광주 북구에 있는 여성 장애인 거주시설인 ㄱ시설에서 벌어졌다. 정원 30명의 이 시설에서 이용인 폭행과 학대, 시설 운영 비리 등이 밝혀졌다.

해당 시설에는 지난 2011년부터 도가니 사건으로 법인시설이 폐쇄되면서 인화원에 거주하던 피해자 30여 명 중 연고가 없는 19명이 임시보호 조치의 하나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폭행·학대를 피해 옮긴 시설… 그곳 역시 비리가 ‘득실’

광주장애인인권센터(이하 광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ㄱ시설 내에서 이용인을 폭행하는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익제보가 접수됐다. 이에 광주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을 경찰과 지자체에 알렸고, 광주시는 국가인권위원회·장애계·민간단체 등과 함께 2개월 동안 합동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이용인에 대한 폭행과 시설 운영 비리가 밝혀졌다.

폭행 등과 관련해 이용인들은 ㄱ시설에서 ▲이용인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폭행하는 등 학대 ▲식사로 곰팡이가 핀 빵을 주거나 중고 물건을 이용인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강매 ▲이용인에게 처방전 없이 약물 투여 등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또 ㄱ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이사가 ▲국가보조금으로 구입한 주·부식 재료 착취 ▲법인 후원금을 개인 축·조의금이나 식비로 사용 ▲이용인에게 지급해야 할 장애 수당을 본인 의류, 골프화 등 구매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폭행과 회계 부정 등으로 고소장이 접수, 지난 8일 광주시는 지난 2012년부터 법인 후원금과 시설 보조금을 유용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개인금전을 부적절하게 사용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법인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해당 시설장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1,900일이 넘은 ‘임시보호’… “근본대책 마련하라”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장애계가 모인 ‘ㄱ시설 셧다운(Shut Down)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앞에서 ㄱ시설 이용인의 폭행·학대 사실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의 진정성 있는 해결을 촉구하며 △ㄱ시설과 법인에서 발생한 이용자·종사자 대상 인권 침해와 회계 부정을 저지른 책임자 엄중히 처벌 △법인 해체와 임원 전원 해임 △도가니 피해자 ‘임시보호 조치’ 종료하고, 민·관 합동 대책위 구성 △피해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또한, 광주시장에게 광주에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을 설치하지 않도록 선언하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대안과 사회복지법인의 민주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 박찬동 집행위원장은 “도가니 사건에 이어 또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인화원에서 ㄱ시설로 사는 장소만 달라졌을 뿐, 장애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화원이 폐쇄된 지 1,97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들은 한여름에 에어컨도 틀지 않는 찜통에서 지내야 했다. 국가는 잠시만 머물면 더 나은 곳으로 옮겨주려고 ‘임시보호 조치’했지만, 이들은 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대표이사 해임을 넘어 법인인가 취소까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난 2011년과 같이 ‘임시보호 조치’로 또 다른 시설로 옮겨진다면 이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도가니 사건의 완전한 해결은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임을 확신한다.”며 “이들이 대형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도가니 사건 피해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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