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탈시설 나무를 심어주세요’
‘지역사회에 탈시설 나무를 심어주세요’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4.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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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에게 전하는 장애인들의 외침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5일 여의도에 모여 ‘식목일 맞이 대선후보 탈시설 나무 전달식’을 가졌다. ⓒ이명하 기자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5일 여의도에 모여 ‘식목일 맞이 대선후보 탈시설 나무 전달식’을 가졌다. ⓒ이명하 기자

4월 5일 식목일, 장애계는 탈시설의 염원을 담은 나무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에 전달됐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5일 여의도에 모여 ‘식목일 맞이 대선후보 탈시설 나무 전달식’을 가졌다.

지난해 대구시립희망원 거주인 폭행과 감금, 사망은폐, 비리횡령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침해사건은 셀 수 없이 반복돼왔다.

장애계는 끊임없는 수용시설 폭행과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수용시설’ 자체의 문제를 접근하지 못한 채 불끄기식 대처가 반복돼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장애인수용시설수가 지난 2006년 288개소에서 2015년 1,484개소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용자수 또한 2만598명에서 3만1,222명으로 증가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도 OECD가입국 연평균 정신병원 입원기간인 10~35일을 초과해 한국은 200일이 넘고, 재입원률도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계는 “수용시설은 단체생활을 이유로 통제받고, 강제입소부터 열악한 의식주와 환경 자기결정권 침해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인간의 기본 권리가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수용시설은 청산해야하는 낡은 복지이고 적폐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 갈 대선후보는 수용시설을 폐지하고 탈시설 정책수립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대선후보에게 ‘탈시설 나무’를 전달하고 대선공약으로 수용시설폐지-탈시설정책수립약속을 요청했다.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습니다. 나는 내 아이가 성장해서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합니다.  어느 시설도 우리 아이가 가야할 곳은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살아야 할 곳은 시설이 아니라,  서울시 대한민국입니다.

강제로 시설에 보내진, 우리 아이들이 시설에서 인권유린 당하고, 구금되고 있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자립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송미란 씨.

“제가 생각하는 시설은 장애인을 사회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훈련시설인데 실제로는 한 번 들어가면 10년, 20년, 30년 죽을때까지 살게 됩니다. 탈시설정책은 시설에서 갇혀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탈시설 당사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문혁 활동가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90%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발달장애인들은 1만4,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1.8배가 늘어났다. 그 결과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76.6%가 발달장애인이다.”며 “우리는 그동안 사회 약자가 어떻게 지역사회로부터 도태되고, 저멀리 사라져 가는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바꾸고 다같이 사는 세상 만들자고 이 자리에 모였다. 수용시설 폐지와 탈시설 자립생활전환을 위해서 모든 당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미란 사무국장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 교육을 위해 거주인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 모두 ‘나는 지역에서 살고 싶다’, ‘내가 시설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 등 다양한 표현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거주인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답은 정해졌다. 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는 지난해 탈시설을 했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죽어서도 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어서까지 시설에 있기는 싫었습니다.

죽음 뿐만이 아닙니다. 시설은 개인의 사생활이 없습니다. 5시 30분에 기상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고, 5시에 저녁을 먹습니다. 그때 먹지 않으면 하루종일 밥을 못 먹습니다. 갑자기 뭐가 먹고 싶어도 사먹을 수 없고, 허락받지 못하면 바로 압수 당합니다.

시설에 15년 살면서 좋은 추억도 없었고, 오히려 악몽 같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탈시설한 친구들과 동생들이 사는 것을 보니 탈시설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탈시설을 한 지금 탈시설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설에 나와 지역사회에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추경진 씨.

세 정당, 수용시설폐지-탈시설정책수립 입장 전해

장애계의 탈시설 나무 전달식에 참여한 각 정당 관계자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관계자가 탈시설 나무를 전달받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관계자가 탈시설 나무를 전달받고 있다.ⓒ이명하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경숙 전 인권위 상임위원이 탈시설 나무를 전달받았으며 “문재인 후보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적폐청산을 통해 평등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되는 것이다. 장애가 있더라도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완전히 대한민국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문 후보인 것 같다. 오늘 받은 탈시설 나무는 문 후보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중규 위원장은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다. 당연히 지역사회에 살아야 하고, 국가는 책임지고 해결책 모색해야 한다. 희망원 등 최근 발생하는 시설 문제를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 패러다임이 바뀔 때까지 국민의당도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정의당 나경채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생활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장애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 탈시설정책에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재원마련에 소극적이면 대통령 당선되더라도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정의당은 사회복지목적세를 신설하는 등 복지제도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재원마련 대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 요구한 탈시설 자립생활정책이 잘 마련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