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언어장애인 의사소통 권리 위한 조례 제정과 지원센터 설치 등 요구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와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와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 수단이기에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 직업,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무엇 하나 혼자서 할 수 없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전국에 수화통역센터가 있어 부족하나마 이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화로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뇌병변·발달장애인 등에게는 이러한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 장애인권리증진계획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서울시 5개 권역에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를 만든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산을 탓하고, 사업계획에서 의사사통권리지원센터 설립 근거가 없다며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는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진철 서울시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서울특별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와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뇌협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5일 세계뇌병변장애인의 날 기념 권리증언대회에서 서울시 의사소통권리 지원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며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조공학서비스센터로 충분하지 않아… 당사자 권리 보장과 사회 통합 위한 조례 제정과 지원센터 설치 절실해

▲ (왼쪽부터)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차강석 활동가, 최명신 사무처장.
▲ (왼쪽부터)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차강석 활동가, 경기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류흥주 회장.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컬럼비아 주에서는 인권법과 의사소통 접근법에 근거를 두고 네트워크를 통해 의사소통 권리를 지원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11월 28일 시정질의에서 의사소통권리 지원과 더불어 뇌병변장애인 종합지원 대책 TF팀을 올해 상반기까지 구성하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 주무부처인 장애인복지정책과에서 보조공학서비스센터를 통한 의사소통 보조기기(이하 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지급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우리나라도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게 일상생활에서 알맞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뇌병변·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에 있어 장애인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속해 차별과 배제를 당하고 있다.”며 “개인의 욕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는 지금으로 충분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한 AAC 보급으로 끝날 게 아니라 당사자에게 맞는 AAC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서 꾸준히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뇌협 차강석 활동가도 어릴 적 의사소통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의사소통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임을 강조했다.

차 활동가는 “AAC 덕분에 대인기피증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사회성을 조금씩 갖춰 지금은 인권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 맞는 AAC를 지원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AAC 사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를 통해 사회성을 형성하고, 학교·직장 등 사회로 통합되는 과정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AC는 언어장애인들에게 단순한 기계를 넘어 당사자와 사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며 “모든 언어장애인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의 장애 유형에 맞는 교육을 받고, AAC 설치·지원을 담당할 센터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진철 서울시의원.
▲ 더불어민주당 김진철 서울시의원.

경기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류흥주 회장 역시 평등한 관계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의사소통은 필수라며 우리의 모습과 방식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류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주의란 그 사람의 삶의 자리에서 주인으로 대접받는 시대.’라고 했다. 말 못하면 말 못하는 대로 당당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다른 사람과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하려면 AAC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례 제정에는 다양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인데, 서울시는 사업비 성격의 예산 하나로 처리하려고 한다.”며 “당사자 각각의 다양한 요구를 통합하는 법률 제정이 꼭 필요하다. 서울시는 약속을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진철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행태를 크게 질타하면서 뇌병변 장애인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는 서울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여기 나와 계신 분들의 장애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AAC만 준다고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나.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센터 하나 지울 수 없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며 “따듯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조례안이 통과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뇌협은 서울시에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등의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하고, 앞으로 서울시가 이를 정책에 반영할 때까지 1인 시위와 공청회 등을 통해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 서울시에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등의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 서울시에 의사소통권리 지원센터 설치 등의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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