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 지난 13일, 스웨덴 전문가 초청 국제세미나 열어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재활 적극 지원해야”

▲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사회복귀, 첫 단추 잘 끼우기'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사회복귀, 첫 단추 잘 끼우기'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일상의 삶을 지내다 산업재해·낙상·체육활동·질병 등 사고로 1년에 2,000여명이 척수장애 판정을 받는 것 추정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 재활프로그램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척수장애인 욕구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가 전문 재활프로그램·복지관·직업재활프로그램이 없어 사고 이후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스웨덴을 초청해 지난 13일 ‘사회복귀 첫 단추 잘 끼우기’ 국제세미나를 열고 스웨덴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활지원 방식을 듣고 우리나라의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웨덴 “사고 뒤 약 한달,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재활 시작해야”

▲ (왼쪽부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병원 토마스 브로펠스 수간호사와 리헵 스테이션 에리카 닐슨 담당자가 스웨덴의 척수장애인을 위한 재활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왼쪽부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병원 토마스 브로펠스 수간호사와 리헵 스테이션 에리카 닐슨 담당자가 스웨덴의 척수장애인을 위한 재활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웨덴 전문가들은 척수장애인의 재활훈련에서 빠른 재활과 당사자 참여를 강조했다.

스웨덴의 경우 재활프로그램은 ▲병원 내 신경재활 ▲입원환자 대상으로 한 재활센터 ▲외래환자 재활센터로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입원 중에 가정 복귀를 위한 체험홈 과정을 실시 한다는 것.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 토마스 브로펠스 수간호사는 “환자의 사고정도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한 달 안에 재활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환자의 재활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브로펠스 수간호사에 따르면 처음 입원을 할 경우 개인을 위한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재활코치·작업치료사로 기본 팀이 구성된다. 여기에 상태에 따라 영양사·외과의·언어치료사 등 관련 전문가가 추가로 영입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개인 맞춤형으로 의료팀이 구성된다는 것. 약 4~6주 동안 치료와 재활치료가 함께 실시되며 이 기간 동안 환자가 참여해 장·단기 재활 목표가 모두 설정된다.

이후 병원과 연계한 체험홈으로 들어가 병원내 의료팀과 경과확인을 지속하며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체험홈에 들어가면 척수장애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생활방식을 공유하며 재활을 격려한다.

이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재활뿐만 아니라 척수장애인 서로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해 재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또한 체험홈 재활 기간 동안 작업치료사가 당사자와 함께 직접 집을 방문해 집의 접근성 유무를 확인해 지방자치단체에 연락해 집 개조를 진행한다. 여기서 휠체어 구입, 주택 개조 비용은 국세와 지방세를 통해 이뤄진다.

스웨덴 리헵 스테이션 에리카 닐슨 프로젝트 담당자는 “체험홈을 나서고 난 뒤, 당사자와 가까운 협력재활센터에 등록돼 가족 지원, 당사자 사후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전문가들은 척수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당사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닐슨 프로젝트 담당자는 “재활은 침대에서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직접 책임을 가지고 활동해야만 하는 것. 그래서 전문성을 갖춘 재활센터는 중요하다. 이곳에서 전문가들이 개인이 지역사회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줄수 있기 때문.”이라고 활발한 재활을 강조했다.

“척수장애인 사회복귀 위한 사회기반 조성 필수”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에 따른 보험·보상 문제를 해결하느라 재활훈련이 늦어지고 있다. 이는 재활 골든타임을 놓쳐 병원 생활 뒤, 척수장애인이 달라진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과 병원만 전전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국내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중도·척수장애 이해부족 △재활 골든타임 놓친 재활난민 현상 △척수장애인 사회복귀시스템 부재 △척수장애인에 맞지 않는 직업재활 프로그램 △지역사회 초기 연착륙지원 부족 △지역사회 재활시스템 부족 △척수장애 통계 부재 △가족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이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기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이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기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척수장애는 중도·중복·중증의 장애로 제대로 된 재활프로그램 마련이 필수다.”며 “하지만 대부분 의료문제에만 집중해 평균 2년의 병원생활과 재활난민 등 초기 집중재활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스웨덴의 활발한 재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고 전 직업이 없던 사람은 14%였으나, 사고 뒤에 73%로 5.2배가 증가했다.”며 “활발하게 사회생활 하던 사람들이 척수장애 판정을 받은 뒤 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중도중증장애인이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는 것을 돕는 ▲초기재활 집중 지원하는 한국척수센터 설립 ▲재활병원 내 직업상담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정착 연착륙제도 시행 ▲중도장애인 위한 직업재활프로그램 지원하는 척수장애인훈련센터 설립 △근로장애인 우대정책 등 정책을 제안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입원하는 순간부터 침대에서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웨덴은 다르다.”며 “환자들이 침실이 아닌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결국 사회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함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누워만 있으면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 재활훈련으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회기반 조성이 필수다.”고 척수장애인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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