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 권리 배제된 법 개정 요구… 지원체계 세미나 무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보조기기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보조기기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가 22일 오후2시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보조기기 공적급여 지원체계 및 연계방안 마련 정책세미나’가 진행되는 현장을 점거하고,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보조기기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인 활동가가 ‘보조기기법 개정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장애인 활동가가 ‘보조기기법 개정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애인보조기기법 1조 목적에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의 지원과 활용촉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조기기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해 장애인·노인 등의 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하는 권리와 관련한 내용은 빠지고, 이용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보조기기센터 구성과 운영 측면에만 집중됐다는 것이 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보조기기 지원대상이 한정적이거나 지원 신청 절차도 까다롭고 ▲보조기기 홍보나 정보제공 전달체계도 미비하며 ▲품질제도 관리와 인증제도의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

이에 이들은 장애인보조기기법이 장애인의 다양한 환경과 특성을 무시하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권리가 배제된 전문가·공급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라며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 중심의 공급체계’만 있는 법… “누굴 위한 법인가”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장애인 보조기기를 제대로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 보조기기가 중요한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며 “장애인 보조기기는 보급되야 하는 게 아니라 자립생활을 위한 당연한 권리로서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 (왼쪽부터)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은 소비자인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가 지원을 결정하는 장애인보조기기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나 같은 경우는 태블릿 형태의 보조기기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 사람마다 필요한 보조기기의 종류가 다 다르다.”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기 목록 선정 시 정작 장애인이 배제돼 있다. 형식적인 절차만 내세우고 필요한 지원은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장애인보조기기법은 무용지물이라며 확실한 개정을 주장했다.

이 사무차장은 “우리가 왜 세미나에서 같이 논의하지 못하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지 아는가. 여기는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 그저 장애인보조기기법 전달체계만 논의하는 자리.”라며 “밥은 주지도 않으면서 밥그릇 만드는 기술과 밥을 유통하는 전달체계만 논의한다. 이게 바로 장애인보조기기법.”이라고 꼬집었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오른쪽)이 답변을 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오른쪽)이 답변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 관계자 역시 문제가 있다는 부분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은  “장애인보조기기법 개정에 대해 찬성한다. 장애인 권리에 대한 부분이나 지원방식 등 내용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들이 일상·사회생활을 하는데 양·질적으로 더 보완할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장애인보조기기법 개정 후 함께 세미나를 열자며 이번 세미나를 취소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했고, 세미나 주체 측은 결국 세미나를 취소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