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수요 파악 위한 장애인패널조사, 개인정보제공에 막혀 ‘주춤’
복지수요 파악 위한 장애인패널조사, 개인정보제공에 막혀 ‘주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1.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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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복지 간극 좁히기 위해 장애인패널조사 시행돼야
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 등록장애인 개인정보 제공 법적 해석 ‘시각차’

장애관련 통계 기반 구축 필요성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장애인 패널조사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패널선정을 위한 등록 장애인의 개인정보제공 문제로 실시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장애인패널조사의 자세한 내용과 기대효과를 살펴보고, 개인정보제공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김대명 입법조사관보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식지 ‘이슈와 논점-장애인패널조사의 실시 및 쟁점’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에는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을 목표로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 장애인종합 지원체계 도입, 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사회서비스 확대 등 장애인 복지정책 기조가 정부 공급 중심에서 당사자 수요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에 기반을 둬야하고, 통계조사는 그러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과 관련한 통계조사들은 특정 연령대와 주제에 국한돼 있어 대표성과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애관련 대표 통계조사인 장애인실태조사는 조사대상과 조사 목적 면에서 전 연령대에 장애인에 대한 일반 특성, 경제 상태, 복지욕구 등 장애인 관련 모든 영역을 다루지만, 연구 특성상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삶의 전반을 분석하기에 어렵고, 조사주기가 3년이나 돼 빠르게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지난 2015년부터 국회에서는 장애관련 통계 기반 구축 필요성에 따라 지난해 관련 예산이 반영돼 장애인패널 구축을 위한 연구를 마친 뒤, 지난 10월부터 장애인패널조사가 실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패널선정을 위한 등록 장애인의 개인정보제공 문제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패널조사란 동일한 조사대상에 대해 동일한 질문을 통해 다른 시점 간의 변화를 추적하는 조사기법이다. 따라서 특정집단에서 나타나는 동태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패널조사는 한국복지패널조사, 여성가족패널조사, 고령화연구패널조사, 다문화청소년패널조사 등 총 22종류가 있는데, 이중에서 장애인만을 조사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고용패널조사가 유일하다.

하지만 장애인고용패널조사는 조사목적이 장애인의 경제활동상태 파악과 노동시장 참여 등이라는 제한이 있으며, 조사 대상 면에서 만 15세~만64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근로능력이 없는 장애인이나 아동, 고령 장애인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장애인패널조사는 전체 등록 장애인과 그 가구원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동시에 장애인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조사범위로 하는 최초의 패널조사다.

▲ 장애인패널조사의 조사표 주요내용 ⓒ이슈와
▲ 장애인패널조사의 조사표 주요내용. ⓒ이슈와논점-장애인패널조사의 실시 및 쟁점

장애인패널조사는 전국 등록 장애인의 성별, 연령, 지역, 장애유형, 장애등급을 고려해 5,000명을 표본추출하고 그 가구원 1명을 포함한 총 1만 명을 패널로 선정한 뒤, 올해~2027년까지 10년 동안 일반현황을 제외한 주거, 경제 상황, 건강의료 등 15개 주제 영역들과 371개 세부질문들로 구성된 조사표를 마련해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수요 중심 정책수립 유리, 가족까지 파악 가능… 개인정보제공 법적 근거 마련은 어떻게?

장애인패널조사의 이점은 먼저, 장애인의 전반 삶의 변화를 반영한 수요 중심 정책수립과 그러한 정책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조사관보에 따르면, 가령 정부가 현재 물리적 환경 개선에 치중돼 있는 장애인 편의제공 관련 정책들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장애인의 정보접근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예산을 확보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타당성을 제시하는 자료로 활용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조사관보는 장애인패널조사가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장애인 가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애로 인한 가구소득 손실규모를 구하는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이나 장애아동 가족지원 추계에 대한 부정확함에 대한 개선 등 장애인 가족에 대한 조사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인가족에 대한 통계 자료와 일상생활과 경제어려움, 복지욕구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가 파악돼 제공된다면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장애인패널조사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일면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160여 명의 조사인력 중 약 50명의 조사보조원을 장애인 당사자로 채용할 계획이고, 이들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차차 조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고용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해 다른 장애인 관련 조사에도 활용한다면 전문조사원이라는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가 효과도 기대된다는 것.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패널조사는 등록 장애인의 개인정보 제공 측면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패널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먼저 패널 선정 동의에 필요한 등록 장애인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적 근거가 요구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주관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패널조사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법적 소관업무라는 점 ▲실태조사에 일환이라는 점 ▲국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지원사업이라는 점 등을 들어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을 근거로 이미 장애인패널조사가 실시되고 있고, 별도로 장애인패널조사에 대한 법령상 직접 언급이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개인정보 제공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김 조사관보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상 복지부 장관은 실태조사 외에 임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최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복지부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조사를 실시한 사례를 들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7년 주요 사업으로 장애인패널조사를 승인해 5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김 조사관보는 “매년 예산과 복지서비스는 증가하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높지 않은 현시점에서 장애인패널조사는 정책과 복지수요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장애인패널조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실제 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꾸준히 다른 조사와 차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사표의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선정된 패널들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핸 패널관리구조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