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후견 제도 등록 건수는 점차 감소 추세… 지속적 대리제도 등록 건수 증가
국내 성년후견제 한계 존재, 지속적 대리제도 중심으로 의사결정지원제도 도입해야

▲ 지난 22일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의사결정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 지난 22일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의사결정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장애인·노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자기결정권 보장, 성년후견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인 ‘의사결정지원제도’를 지속적 대리제도 중심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속적 대리제도는 신상보호, 재산관리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당사자가 특정인에게 일정한 의사표시 또는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한다. 또 대리인은 수권 받은 범위에서 당사자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나 법률행위를 하면, 그 효과가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대체의사결정제도를 시행해 후견인을 지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체의사결정제도를 폐기하고, 지원의사결정제도를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권미혁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교육부의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는 22일 이룸센터에서 ‘의사결정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포럼’을 열고, 홍콩,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 도입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독일 지속적 대리제도 도입,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보장할 수 있어

▲ 국민대학교 법학대학 안경희 교수가 ‘독일의 지속적 대리제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국민대학교 법학대학 안경희 교수가 ‘독일의 지속적 대리제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국민대학교 안경희 교수는 ‘독일 내 성년후견제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속적 대리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독일 민법 제2항 제2문 고령은 물론 질병이나 사고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 대비해 임의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901조 A항, 제5항, 제1904조 제5항, 제1906조 제5항 제1문 등에는 ‘지속적 대리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만, 이에 대한 개념정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 이어 독일 장래대리권등록소 연간보고서와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2017년까지 등록 건수는 12만5,885건에서 25만1,471건으로 늘어났지만, 성년후견 이용건수 전년대비 증감률은 지난해 -2.30%로 감소하는 추세다.

안 교수는 “독일도 한국과 비슷하게 임의 또는 후견 대리인을 가족 가운데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독일 후견인 구성 가운데 가족의 비율은 지난 2014년 51.42%, 2015년 49.72%, 2016년 43.90%다.”며 “임의 대리인이라고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법률용어로서 일반화 시킨다면 후견인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가족이 지원하는 것과 임의 대리인 자격을 갖고 지원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독일의 경우, 임의 대리인이 있다면 후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며 “따라서 가족이나 제3자가 당사자에 의해 임의대리인으로 선임되면, 후견인은 그 당사자를 지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의하면 독일은 지난 2010년부터 총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초과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또 지난 2013년 독일 연방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70~74세 노인의 5%, 75~79세 노인의 10%는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며, 90세 이상 노인의 경우 남성 50%, 여성 64%가 각각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안 교수는 “통계수치는 인간 평균 수명을 100 세로 가정한다면, 노년의 10~15년은 병상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높고, 이 시기를 대비해 제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에서 지속적 대리제도를 도입한 것은 의학의 발전에 따른 인구분포도의 변화와 노인 장기요양환자의 비율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와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하듯 독일은 지난 1980년부터 지속적 대리권에 대한 법적 검토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먼저 독일의 지속적 대리제도에서 의료 처치에 대한 동의를 살펴보면, 독일 민법 제1904조에 따라 당사자에게 동의 능력만 있다면, 의사로부터 처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의 능력이 없는 경우, 서면으로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표시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안 교수는 “사전의료지시서에 제안한 처치가 당사자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면, 대리인은 의료처치에 대해 동의를 하게 된다.”며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 의사에게 해당 의료 처치가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전의료지시서가 없는 경우, 당사자의 진료희망 또는 당사자의 의사를 추정해야 한다.

그는 “당사자가 과거에 가족이나 신뢰하는 간병인에게 표명한 의사표시, 남긴 사적 문건이나 메모, 당사자의 윤리·종교적 신념 등을 고려해 추정적 의사가 분명하게 확정되는 경우 대리인과 진료의사는 당사자의 의사를 따른다,”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대해 대리인과 진료의사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후견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 민법 제1906조 제1항, 제2항, 제5항에 따라 당사자가 자신의 복리를 위해 폐쇄병동 등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리인이 원칙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고 자유박탈과 결부돼있는 병동에 입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 교수는 “대리인이 당사자를 폐쇄병동에 입원시키려면 원칙적으로 후견법원의 허가를 받아 야 된다. 그러나 입원시기가 지체돼 당사자가 자살, 자해 등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입원절차를 밟을 수 있고, 입원 뒤 지체 없이 후견법원에 허가신청을 받아야 한다.”며 “허가 기간 만료 전이라도 치료를 통해 위험이 없어진 경우, 대리인은 당사자를 퇴원시켜야 하며, 이 사실을 후견법원에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지난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 고령사회가 됐다. 이에 노년의 상당 기간 동안 질병을 앓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고, 지속적 대리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라며 “현재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경우 후견의 필요성이 발생했을 때 일정한 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에서 선임하므로 피성견후견인에게 후견 필요성이 발생했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독일의 지속적 대리제도를 도입하면 당사자가 자신에게 후견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스스로 대리인을 선임하게 되므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으며, 당사자에게 후견필요성이 발생하는 즉시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할 수 있어 당사자의 이익에 보다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의 지속적 대리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속적 대리권을 수여한 시기와 대리행위를 하는 시기 사이에 상당한 시간 간격이 존재해 대리권의 존재와 범위 등 관련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서면으로 대리권을 수여하도록 강제하거나 대리권을 등록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성년후견제도, 후견인의 많은 권한으로 한계 존재…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 한양대학교 법학대학원 제철웅 교수가 ‘국내 지속적 대리권 등록제도 입법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 한양대학교 법학대학원 제철웅 교수가 ‘국내 지속적 대리권 등록제도 입법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이날 참석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국내 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이 매우 커 당사자의 의사를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족, 마을 공동체 결속력이 강했지만, 점차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가족 간에도 서로 보살피고 지원하는 것은 줄었으며, 재산 문제 등 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지역공동체는 거의 붕괴직전이다. 우리의 과거 패러다임인 ‘가족과 마을 공동체가 당사자를 지원해야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지난 2013년 성년후견제도를 시작했다. 이 제도를 잘 이용한다면 당사자이 지원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은 정신장애, 치매 등을 이유로 당사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한다고 판단해 후견인에게 많은 권한을 준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후견인의 권한이 크면 당사자의 희망대로 실현시켜주지 않으며, 당사자의 실수나 실패 등의 가능성을 봉쇄할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후견제도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며, 후견제도는 최후의 수단으로 작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임의후견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에는 “국내의 임의후견제도는 소득이 낮은 사람은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아울러 국내 사회보장법에 있는 가족, 친족, 그 밖의 관계자 등 각종 의사결정 대행자에 의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고, 당사자를 통제하거나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는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제 교수는 국내 의사결정지원의 한 방법으로 지속적 대리권 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N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제3항 따르면 모든 협약국에게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이 스스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지원체계를 갖추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제 교수는 “지속적 대리권 등록제도는 국가가 지속적 대리권 양식서를 개발해 등록하게 함으로 대리권의 존재를 쉽게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대리인의 활동을 국가가 직접 또는 민간에 위탁해 관리·감독해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부족한 관리·감독 역량을 보충하는 것.”이라며 “즉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는 것이 이런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영속적 등록제도, 싱가포르의 영속적 대리권 등록제도, 독일의 장래대리권 등록제도 등이 안전장치이며, 영국의 공공후견청, 싱가포르의 공공후견인 청 등이 그런 관리·감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국내의 경우 현행법으로 이미 인정되는 지속적 대리권을 위해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에 관련된 법률행위, 준법률행위를 대리할 권한을 미리 부여하는 지속적 대리권 증서를 등록하게 한 뒤, 등록기관이 발급한 증명서로 계속해서 대리권 행사에서 대리권을 증명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문순 소장 또한 당사자의 주도성이 실현되는 의사결정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그동안 일부 사회복지사, 치료사 등 전문가에 의해 당사자의 의사가 판단되고, 가조이나 지인에 의해 당사자의 생각, 당사자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적 기반이 왜곡돼 사용됐다.”며 “성년후견제도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하고 이에 따르는 등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지속적 대리제도는 자발적 의사결정 방식과 대체의사결정 방식의 중간 형태로 보여 진다. 지원의사결정 방식은 다양하며, 그 다양한 갈래 가운데 하나로 지속적 대리권이 있다.”며 “지속적 대리제도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가 미리 예견되는 어려움, 예견되는 권리침해를 대비하기 위해 대리인을 지정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 대리제도의 국내 도입 방향은 위임받은 대리인이 공적서비스 신청이나 계약행위 등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대리권이 필요한 사람은 공적기관에 대리인을 단수, 복수로 등록해 소정의 등록비를 내는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독일은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기 전 당사자가 직접 대리인을 선임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사능력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에서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방식이다.”며 “그러나 대리인이 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대리를 하거나, 범위를 넘어서는 대리를 할 경우 이에 대한 감독을 당사자의 신념, 가치관 등을 확인해 주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며, 그 기관에서는 대리인에 대한 관리·감독과 적극적 지원인 역할, 정보제공, 평가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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