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시행 3년 다 되도록 변화 없는 정책·제도
정부의 국가책임제 실현 촉구하며 부모 209명 삭발

▲ 세계 자폐인의 날,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삭발을 감행하며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세인 기자
▲ 세계 자폐인의 날,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삭발을 감행하며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세인 기자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또 다시 삭발을 감행했다.

‘세계 자폐인의 날’인 2일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청와대 효자 치안센터 앞에 모여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4년 4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지만,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다 되도록 구체화 된 정책과 제도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 ▲낮 시간 활동 보장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사업 확대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 ▲자조단체 운영활성화를 요구하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를 열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은 2일 청와대 효자 치안센터 앞에 모여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세인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은 2일 청와대 효자 치안센터 앞에 모여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하세인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자녀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루 24시간 양육하는 가족이다. 치매 유사 증상을 갖고 있는, 아니 더 심각한 증상을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 문제를 더 이상 가족의 책무로 규정할 수 없다. 발달장애인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국가가 선언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윤 회장은 “제대로 된 협상을 갖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만들겠다,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조를 제시할 수 있도록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당장 내일이라도 갈 데가 없는 세상을 참고 살았다. 이틀이 멀다 하고 장애인가족이 자살하는 소식이 들리고, 인권침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여러 단체가 연대발언을 통해 힘을 보태고 함께할 것을 밝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 갈 권리, 행복해지고 싶은 권리는 장애가 있든 없든 사람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쥬리 활동가는 ‘효율성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를 바꾸는 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의지를 담아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 209명은 삭발식에 참여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각 지역 대표 또한 삭발하며 결의를 다졌다.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의 모습. ⓒ하세인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각 지역 대표 또한 삭발하며 결의를 다졌다. 서울지부 김남연 대표의 모습.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 역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보는 이들 역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하세인 기자

“우리는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멈추면 내 아이는 웃고 노래할 수 없기에 혼란스러운 마음, 다스려지지 않는 분노를 이 어지러운 머리카락에 담아서 잘라낼 것이다. 이 자리에 우리 아이도 함께 자신의 숭고한 의지로 함께 나와 있으니 우리의 삭발은 그저 단순한 오기가 아니다. 그저 한순간 분노의 결계가 아니다.

우리는 다시 파도처럼 몰아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뜨겁게 일어서려고 머리카락을 잘라낸다. 우리 발밑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아쉬워 돌아보지 않겠다.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두드리고, 세상의 마음이 지금 이곳으로 와 닿기를 소망하므로.

우리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듯 우리의 희망도 다시 자라나고, 우리의 머리카락이 다시 길어지듯 우리의 삶의 끈이 다시 이어지기를 소망하기에 우리는 기쁘다.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한 사회구성원으로 국가의 국민으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평생 삭발한 채 살아간들 무서울 게 없다. 오늘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어미, 오늘은 우리가 가장 단단한 아비, 오늘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4월의 오늘 우리는 담대하고 정의롭게, 아름답고 예쁘게, 장애 없는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우리의 한줌 머리카락을 바치며 이렇게 외친다. 사랑한다, 동지여! 사랑한다, 내 아이여! 사랑한다, 내 아이에게 바친 우리의 생이여!”

  ▲ 삭발한 한 부모가 끝내 흐르는 눈물을 이발보로 훔치고 있다. ⓒ하세인 기자  
▲ 삭발한 한 부모가 끝내 흐르는 눈물을 이발보로 훔치고 있다.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본 이들은 삭발한 이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나눠줬다.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지켜본 이들은 삭발한 이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나눠줬다.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마친 부모들이 파란색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결의를 다졌다. ⓒ하세인 기자  
▲ 삭발식을 마친 부모들이 파란색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결의를 다졌다. ⓒ하세인 기자

“삭발, 이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완전히 버려가며 외칠 수 없어요. 그래도 된다면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서 우리 새끼의 삶과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우리는 아이와 함께 숨 쉬는 거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몸짓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삭발은 가장 숭고한 저항법입니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이 순간에 이 마음을 바치는 겁니다.

삭발하지 않아도 외칠 수 있죠. 머리카락을 깎지 않아도 들어주겠지만, 머리카락을 민 209명의 어미아비가 돌아다니면 세상 사람들은 한 번쯤 돌아보고 상기해주겠지요. 우리가 무슨 결의로 깎았는지 궁금해 하며 물어봐주겠지요. 머리가 봐줄 만큼 자라는 열 달 동안 매일매일 우리 자신을 깨우고 세상에 말을 걸 겁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장애인복지는 어미아비의 피눈물을 먹고 자라나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삭발에는 피눈물이 없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고 있거든요.”

집중 결의대회는 4일까지 청와대 앞에서 이어진다. 이들은 정부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을 약속할 때까지 투쟁할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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