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취약계층 관광권 보장 위해 관광진흥법,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등 관련 법 개정 필요

▲ 지난 17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0주년을 맞아 '장애인 인권현안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지난 17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0주년을 맞아 '장애인 인권현안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지난 201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접근가능한 관광의 정책방향과 과제-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화·여가·관광경향(2011, 통계청, 사회조사자료 참고)’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의 40.7%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

그러나 2014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문화·여가 활동 참여 여부)에 따르면 96.6%가 TV시청을 문화·여가 생활로 하고 있다. 여행 등 관광활동은 9.8%로 10% 미만의 낮은 비율에 그쳤다.

이에 관광취약계층의 관광권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70세계인권선언은 지난 17일 ‘장애인 인권현안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관련 제도 미비·정부의 인식 부재, 당사자 욕구 반영한 정책 마련돼야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제도의 미비는 차별로 이어진다. 정보의 선택, 이동, 접근, 여행상품 등 관광활동에 제한을 주고 제한 된 관광활동은 관광시장에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2(관광활동의 차별금지)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차지단체 및 관광 사업자는 장애인이 관광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접근성 ▲접근성 관련 정보 ▲종사원 교육·훈련을 통한 적절한 서비스 제공 등 정당한 편의 제공과 필요한 시책 강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이 있는 삶, 일상이 여행이 되는 삶’을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관광욕구를 담보하기 위해 제3차 관광개발 기본계획(2012~2021)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본계획에는 관광취약계층의 관광 확산을 위한 관광여건 조성 사업이 포함돼 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전국 100곳 열린 관광지 조성을 통해 관광취약계층 우수관광지 인증제도 △관광 볼런티어 제도 △바우처 제도 확대 △취약계층 맞춤형 관광 콘텐츠 개발 △접근 가능한 관광 시설 추진 △장애 유형별 관광 도우미·문화관광해설사 양성 시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전윤선 대표는 “당사자의 자립생활이 정착화 되면서 집단의 욕구에서 개별 욕구로 전환점을 맞았다. 이에 따라 개인별 삶의 질을 높이려는 여가·문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고령화 등으로 장애인구가 증가하면서 관광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며 “문화·체육활동은 제도와 예산의 확충으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반면, 국내 장애인 관광 현황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 대표는 그 원인으로 관련 제도 미비로 예산 지원의 근거가 희박한 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부재로 장애인 관광에 관심·의지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4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장애인 등 관광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규정했으나 경비 지원(여행 바우처)에 머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15개 각급 자치단체에서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관광활동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는 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2년부터 여행 바우처 사업을 시행했다. 그 뒤 2014년 각각 발급한 문화·스포츠·관광 등 3개의 지원을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으로 통합해 발급하고 있다.

통합문화이용권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법정차상위계층(차상위자활근로자, 본인부담경감대상자, 저소득한부모가정, 장애수당·연금·아동수급자) 1명 당 연간 7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비 지원 역시 관광취약계층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관광취약계층의 경우 특수차량을 대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접근 가능한 숙소와 식당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많게는 1.5배의 지출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여행 정보 부족으로 접근 가능한 숙소와 식당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수기에는 2~3배의 비용을 지출하며, 관광객 증가 등으로 원하는 날짜에 관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서울은 세계인이 관광하기 좋은 곳 7위다. 그러나 관광취약계층에게도 여행하기 좋은 서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하며,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여행 동향으로 ‘S·T·A·R·T.’를 내세웠다.(Staycation, 근거리 여행 / Travelgram, 여행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 / Alone, 혼자 하는 여행 / Regeneration, 지역 밀착형 도시재생 / Tourist sites in TV programs, TV여행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2년간 사회관계망과 포털미디어 정보·자료를 분석하고 관광 부문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종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광취약계층에 대한 욕구가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애인객실 없는 숙박업소, 시책 강구 등 미비한 규정… 관련 법 개정 필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또한 관광이나 여행 관련 법 규정이 매우 미비한 상태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6년 전국 2,467가구 만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여행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여행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89.5%로 약 10%를 제외한 국민 대부분은 여행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동안 1명당 5.5회 이상 여행을 떠나고 평균 10일 정도를 여행하는 데 쓰고 있다.

208쪽에 달하는 방대한 조사보고서임에도 장애인을 비롯한 관광취약계층에 대한 내용은 역시나 담겨 있지 않다. 김 사무국장은 “비장애인의 경우 10%를 제외한 대부분이 여행경험이 있는 반면, 장애인은 9.8%만 여행경험이 있다. 정부의 정책 배제는 이미 통계에서 드러났다. 비장애인과 완전히 정반대인 결과는 현재 장애인의 여행에 대한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경우, 지난해 겨우 개정을 통해 관광에서의 차별금지 조항을 재화·용역부분에 넣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관광호텔 등에서만 겨우 장애인의 편의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기숙사 및 숙박시설 등의 전체 침실 수 또는 객실의 1% 이상(관광숙박시설은 3% 이상)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일부 숙박업소의 장애인객실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장애인 객실 2%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곳은 30%에 미치지 못했고, 아예 보유하지 않거나 2% 이하인 숙박업소는 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무국장은 “2%라는 수치는 100개의 숙소에서 겨우 2개를 설치한 것.”이라며 “결국 장애인은 대규모 숙박시설이 아니면, 편의시설이 갖춰진 객실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중심으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관광진흥법 제47조3(장애인 관광활동의 지원), 제47조4(관광취약계층의 관광복지 증진 시책 강구)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취약계층의 관광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현행 관광진흥법 제47조3(장애인 관광활동의 지원)과 제47조4(관광취약계층의 관광복지 증진 시책 강구)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순 지원 및 선언적인 내용 외에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 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의무규정이 미비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편의시설 설치 등 의무 범위를 확대하고, 장애인 숙소 비율 등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을 통해 기본적인 교통수단을 실제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수단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 관광활동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정책팀 정호균 팀장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관광활동 차별금지가 새롭게 규정돼 시행된 것은 의미 있으나, 시행령에서의 편의제공 유예기간이 2025년 및 2030년으로 돼 있어 매우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에는 시설물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누락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관광활동의 차별금지와 관련된 규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책 권고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