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인권침해, 차별 '만연'...가해자 사회복지사 자격 박탈 등 검토해야
사회복지사 인권침해, 차별 '만연'...가해자 사회복지사 자격 박탈 등 검토해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8.06.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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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사회복지사와 인권’ 하계학술대회 워크숍서 사회복지사 인권실태 조사 결과 발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사회복지사 인권보장이 시급하다’는 글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노골적인 종교 강요가 여전히 빚어지고 있다. 기관에서의 문제점을 누군가 지적하면 문제해결보다 내부 고발한 사람을 색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해도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외면하는 일이 여전히 빚어지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는 지난 8~9일 경기도 YBM연수원에서 열린 하계학술대회 워크숍에서 가톨릭대학교 김종해 교수는 ‘사회복지사와 인권’를 주제로 사회복지사의 인권실태에 대해 발제했다.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는 지난 2013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3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전국 1,057개 기관 및 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하계학술대회 워크숍에서 가톨릭대학교 김종해 교수는‘사회복지사와 인권’을 주제로 사회복지사의 인권실태에 대해 발제했다.
▲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하계학술대회 워크숍에서 가톨릭대학교 김종해 교수는‘사회복지사와 인권’을 주제로 사회복지사의 인권실태에 대해 발제했다.

비정규직 사회복지사, 임금 등 차별받고 있으나 업무는 정규직 사회복지사와 동일 업무 수행

이 조사에 따르면 고용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를 교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11.2%였으며, 취업규칙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변도 29.5%에 달했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회복지사가 절반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는 이유는 계절 혹은 출산 등 일시적인 대체인력 활용이 전체의 23%를 차지했으나 기금사업 등 한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인 경우가 27.2%, 규정상 인력이 정해져 있기 때문(22.7%)이거나 시설 운영예산의 부족(16.8%)으로 정규직과 동일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이 전체의 42.8%에 달했다.

비정규직 사회복지사의 업무성격은 대부분 지속적이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규직에 비해 여러 항목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차별받고 있는 항목은 임금(60.5%)과 제수당(52.9%)이 높았으며, 휴일 휴가(16.4%)나 일상모임(10.4%)에서도 차별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42.9시간으로 조사됐으나, 공무원, 특히 시·도·군청 근무 사회복지공무원의 근무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사회복지사의 8.1%, 남성 사회복지사의 4.4%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규칙의 내용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김종해 교수는 “조사 당시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개선됐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당시 조사에서는 10% 내외의 취업규칙에서 노동시간, 임금, 휴가, 근로자 참여 등 근로조건이 보장하는 최저기준선마저도 침해하고 있었다.”며 “연장근로나 휴일 근무 등에 대한 법적기준에 따른 보상이 미흡한 것은 물론 결근이나 지각 등의 이유로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자의적 공제(30.5%)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의사소통기구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30인 이상만 의무로 규정했기 때문에 설치 비율이 28.8%에 불과했다. 대부분 기관 및 시설은 공식 소통기구로 전체 직원회의가 전부인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기구라기보다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해 직장 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같은 대변조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한국사회복지사협회나 지방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사회복지사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필요성(84.5%)과 가입의향(72.6%)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나, 조직 내 불이익을 우려해 가입을 꺼려하는 비율이 57.9%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 노조가 장애인복지관 등과 같이 사회복지사 외에도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회복지계가 지나치게 노조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과정에서의 폭언은 공무원의 경우 80%에 이를 만큼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 생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우가 많은 반면 학교사회복지사는 상급 관리자로부터 폭언을 당한 경우(36.0%)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사회복지사, 상급자로부터의 성희롱 ‘심각’…민간 시설 내 사회복지사 인권침해 차별 수준도 높아

성희롱의 경험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성희롱의) 대부분은 클라이언트에 의한 것이었으나, 특이하게도 학교사회복지사는 상급자로부터의 성희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희롱 발생 시 기관 등에서 보호막을 제공해주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응답자의 상당수가 동료와 푸념이나 하소연으로 풀거나(49.6%) 개인적으로 참고 넘긴다(31.8%)고 답했다. ‘드러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 기관 단위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민간시설 사회복지사에 비해 인권침해를 받은 경험은 높았으나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민간시설 사회복지사의 침해 경험이 높았다. 또 공정한 노동조건,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 휴식 및 여가의 권리 등 노동조건과 관련한 권리를 침해받는 비율도 (민간시설 사회복지사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침해받는 경험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사회복지시설 조직 내에서의 사회복지사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인권침해에 관한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은 수준이었으나, 연령과 종교, 고용형태 등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라며 “대한민국 사회복지 정책은 사회복지사의 삶의 모습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가 목소리를 높여 떠들어줘야 함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변화하거나 개정할 추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근무시간, 임금, 서비스 등의 문제에 대해 기관 내에서 자유롭게 나와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종교 활동 참여를 강요(14.7%)하거나 특정종교를 갖도록 요구(6.6%)하는 등 종교와 관련한 부당 처우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관리자가 직장 내 따돌림을 요구하는 등 동료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19.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사회복지사의 경우 종교와 관련한 부당 처우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부당 처우의 경험이 높아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 사회복지사가 부당 처우를 당한 비율
▲ 사회복지사가 부당 처우를 당한 비율

김 교수는 이 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제도적 측면과 내부운영, 클라이언트 등 3가지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제도적으로는 ▲위탁관계 ▲불명확한 지침 ▲부족한 보조금 등 정부의 적절한 지침과 지원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노동권과 관련한 문제가 많았다. 클라이언트나 민원 주민 등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는 이용자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이용자의 권리와는 무관한 문제로 침해당하고 있었으며, 사회복지시설 내부 운영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부적절한 규정 ▲의사소통 구조의 부재 ▲권위적 기관 운영 ▲인권에 대한 인식 결여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기구의 미약을 꼽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김 교수는 “중앙정부가 사회복지사의 근로조건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기관이 위탁계약서를 맺을 당시 위탁업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있다. 이는 전문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근로조건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담당할 수 있는 1인당 업무량에 대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이 중앙정부와 협약을 체결해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관에서도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자세히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휴일·연장·초과근로 등 시간 외 노동과 관련해 법 규범에 위반하지 않는 보수 지급 관행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사를 가족처럼’이나 ‘(우리)기관을 내 집처럼’과 같은 인식에서 차별이나 인권침해 등 위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권의식의 결여로 인해 ‘이런 것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항목이 적고,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공식 대응기구가 미약하다. 실효성 있는 대응기구 마련과 더불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윤리위원회 차원에서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박탈 등의 대응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세상은 인권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로 변했다.”라며 “대학의 사회복지 교육을 비롯해 보수·직무교육에 인권교육, 특히 노동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사회복지시설 평가 제도를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인권향상을 위한 기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주요 이직요인 중 하나인 종교와 관련한 인권침해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에서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교수는 ‘자유의 개념을 뺏기면 자유를 뺏겨도 모른다’는 레이 조지코프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인권의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 차이가 난다.”며 “상황에 따라 인권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권의 가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