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인원 1차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어
'시설 내 체험홈 확대' 등 탈시설 철학ㆍ원칙 부재 드러내

지난 22일 서울 여의로 이룸센터에서 서울시 탈시설 정책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로 이룸센터에서 서울시 탈시설 정책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가 발표한 ‘제2차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2018~2022, 이하 2차 탈시설 계획)’이 1차 계획보다 후퇴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원 인원을 축소하고, 시설 중심의 정책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장애여성공감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의 제2차 탈시설 계획에 대한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제2차 탈시설 정책에는 ‘탈시설 가속화 및 거주시설 변환 중심’을 목표로 4개 정책과제와 25개 세부과제가 담겼다. 이 과제에는 ▲탈시설 추진 강화 및 전환 지원체계 개선 ▲재가 장애인 시설 입소 예방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개선 및 시설변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숨은 “1차 탈시설 계획(2013년~2017년)에서 제기된 탈시설 지원 목표인원 설정과 시설중심의 정책 등 문제가 여전하다.”며 “이는 서울시의 탈시설에 대한 철학과 원칙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2차 탈시설 계획 성과지표 1차 절반 300명 그쳐… 대상 줄고, 목표인원 잘못 설정

서울시는 2차 탈시설 계획 인원으로 5년 내 300명을 성과지표로 설정했다. 1차 계획 목표인원에 600명에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서울시가 지난해 진행한 탈시설 욕구조사에 따르면 탈시설 욕구를 밝힌 시설거주 장애인은 534명이었으나 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을 설정하고 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은 “서울시 2차 계획은 1차에 비해 세부과제 확충, 재가장애인 시설입소 예방 정책 과제 추가, 탈시설 뒤 지역사회 정착 지원 확대 등 개선 의지를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축소된 탈시설 지원 인원과 시설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실행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탈시설 인원을 산출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차 계획에서 목표 인원 600명 안에 거주시설 내 체험홈과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포함했다. 그러나 거주시설 내 체험홈은 여전히 시설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설 퇴소로 볼 수 없고, 체험홈에 거주하는 장애인 당사자 중 절반 이상이 시설로 다시 복귀하고 있어 탈시설 인원으로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

따라서 시설에서 퇴소한 뒤 자립생활주택이나 독립가정으로 자립한 인원만이 실질적인 탈시설로 봐야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시 정리하면 지난 5년간 탈시설 인원은 600명이 아닌 286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는 서울시의 셈법은 2차 탈시설 계획에 그대로 적용됐다. 심지어 지원 인원마저 300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사무국장은 “‘탈시설 가속화’를 목표로 설정했음에도 ‘발전기’라고 명시한 2차 탈시설 계획에서 (탈시설)인원을 절반으로 줄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1차 계획에서 제시한 목표인원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시설 내 체험홈 확대… “물리적 공간 변화가 아닌 자기 주도적 생활이 보장돼야”

거주시설 내 체험홈에 대한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거주시설 체험홈 확대’를 서울시가 2차 탈시설 계획 과제로 삼은 것도 논란이 됐다. ‘거주시설 운영개선 및 시설 변환’ 방안에 설정된 거주시설 체험홈 세부과제가 문제가 됐다. 탈시설을 위한 체험홈이 거주시설 내에 만들어 진다하더라도 실질적인 탈시설 지원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시설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다.

실제 서울시의 자립생활 체험홈(거주시설 체험홈) 퇴소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1~2016년 5월까지 거주시설 체험홈에 입주해 생활한 265명의 시설 거주인 중 126명이 퇴소했다. 이들 중 기존 거주시설로 돌아간 사람은 65명, 다른 시설로 입소한 사람은 2명으로, 53.2%가 다시 시설에 입소했다는 결과다.

박 사무국장은 “(해당 자료는) 거주시설 내 체험홈은 자립생활로 연결되기 어려운 기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서울시 또한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복귀에 대한 보완 대책 없이 거주시설 체험홈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서울시는 여전히 시설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탈시설은 물리적 공간 변화만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주도적 생활 보장’이라는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책ㆍ예산 재량권 없는 '전환서비스 지원센터', 분산된 탈시설 주무부처… '서울시 탈시설지원센터'설치로 총괄해야

2차 탈시설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체계 변화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는 정책과 예산의 재량권이 없어서 한계를 드러냈다. 또 주무 정책부서가 나뉘어 탈시설은 ‘장애인거주시설팀’에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는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맡고 있는 것 역시 유기적인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약속한 ‘탈시설 지원센터’와의 연계를 위한 ‘탈시설 지역 센터’설치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탈시설지원센터’ 설치를 약속했고, 내년에 중앙탈시설지원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발맞춰 가칭 ‘서울시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해 중앙과 연계해 서울시 내 탈시설 지원과정을 총괄하는 공적 체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강원 김재원 사무국장은 모든 과정에서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혀줄 것을 당부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설로 입소하는 장애인 당사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허울과 말 뿐인 탈시설이 아닌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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