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과 휠체어 사용 여부로 제한되는 이동 지원… 규정 강조하는 지자체

당사자 임현섭 씨.
당사자 임현섭 씨.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과 편의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교통약자이동편의지원서비스인 장애인콜택시.

하지만 장애등급과 휠체어 사용 여부에 따라 제한돼 있는 지자체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규정 으로 이동지원이 필요하지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 필요한 소뇌위축증과 4대 중증질환인 파킨슨병, 의료 지원해주지만 병원 갈 수 없어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임현섭 씨(남·37).

군대도 다녀온 건강하던 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소뇌위축증과 파킨슨병. 임 씨는 벽을 짚어야 겨우 일어설 수 있고, 부축 없이는 혼자 이동이 불가능하다.

통증과 어지럼증이 연속해 찾아오는 통에 한참 일할 나이지만, 직장을 갖지 못한 상황. 꾸준한 재활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임 씨에게는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뇌병변장애 3급인 임씨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병원 이동은 물론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소뇌위축증과 파킨슨병은 계속 진행되는 질환으로 꾸준한 병원 진료와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동지원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성남시가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은 ‘등록 장애인 가운데 중증 환자(1~2급), 지체장애 3급 및 사고·질병 등으로 인한 휠체어 이용 거동 불편자’다.

규정상 장애등급과 유형 제한으로 임 씨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지원이 있지만, 임 씨는 갑작스러운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휠체어 이용이 위험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임 씨의 의사 소견서에는 ‘중증의 보행장애로 보호자의 부축이나 휠체어가 필요하며, 대중교통의 이동이 불가능해 이동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

임현섭 씨가 지자체에 제출한 의사소견서.
임현섭 씨가 지자체에 제출한 의사소견서.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고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호소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장애등급이 높아지거나, 휠체어를 이용해야 가능하다’는 답변 뿐.

이러한 지자체 규정에 임 씨는 자신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임 씨는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이용할 수 없다.”고 토로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도 휠체어 이용이 적합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 씨의 집 앞은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고르지 못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있고, 특히 겨울철이면 해도 잘 들지 않아 길이 얼어 사고 위험이 높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면 ‘휠체어를 이용하라’는 답변만 내놓는 지자체가 답답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지만, 집 앞까지 택시가 올라오지 않을뿐더러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마저도 어머니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두 명이 부축해야 가파른 집 앞을 내려올 수 있다.

임현섭 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 앞 골목.
임현섭 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 앞 골목.

더욱이 지금은 방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오는 9월부터는 해당 서비스가 종료돼 복지관이나 병원으로 직접 나가야 하는 상황.

임 씨는 지원이나 서비스가 생겨도 이동에 제한을 받는다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매일 이 방안에만 갇혀있어야 한다.”며 “어떻게든 재활치료를 받아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싶지만 갈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의 규정에 맞춰 장애등급 1~2급이라면 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휠체어 이용은 생명의 위협.”이라며 “파킨슨병은 4대 중증질환으로 분류돼 지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동 지원도 없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성남시 측은 규정을 따르는 것이라는 답을 할 뿐이다. 규정이 정해져 있기에 그 외 지원은 특혜가 될 수 있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담당자는 “소견서에 보행에 어려움이 있다지만, 당사자가 휠체어를 거부한다면 장애인콜택시 이용 판별에 어려움이 있어 규정에 따라 장애인콜택시를 지원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상황에 지원을 한다면 특혜로 보일 수 있다.”고 지원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했다.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운행내용. ⓒ성남시 홈페이지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운행내용. ⓒ성남시 홈페이지

‘예외조항’ 설치 제안, 예외조항 기준은 당사자 의견 수렴해야

이동지원의 사각지대 발생에 규정만 따지는 상황에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당사자의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무차장은 “이동편의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객관적 소견이 있음에도 규정으로 인해 지원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지자체 의지 문제.”라고 꼬집으며 “이 문제는 성남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규정 제한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을 위한 ‘예외조항’ 운영에도 의견을 내놓았다.

이 사무차장은 “독일의 경우 규정상 해당되지 않아도, 실제 문제에 있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복지사의 판단이 서면, 그 사람이 정책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우리 역시 이동 편의가 필요한 경우 예외조항을 둬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예외조항을 적용시킬 기준에는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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