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체에 집중된 ‘혜택’ 비판… 풀뿌리·비영리단체는 혜택 받는 기회 진입조차 어려워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 분석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는 장애인 문화예술 사업에서 일부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은 ‘지정사업’ 명목으로 장기간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비영리·풀뿌리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은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인 ‘함께누리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 중 일부가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 재원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예산은 지정사업과 공모사업으로 나뉘어 배분되고 있다.

그런데 지정 사업이 특정단체와 소속 단체에 집중 지원되고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 분석 정책 토론회’를 열고 예산 분석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으로 집중된 배분 예산… 풀뿌리·비영리·개인예술가는 외면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가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 예산 분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 예산 분석을 발표했다.

분석에는 함께누리 지원사업과 올해부터 유입된 국민체육진흥기금 예산이 포함됐으며 지난 2016~2018년까지 3년 동안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 예산을 분석했다.

3년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총 242억5,2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정 사업에는 158억3,200만 원이 배정돼 34개 단체(△2016년 11개 △2017년 11개 △2018년 12개)를 지원했고, 공모 사업은 82억6,000만 원이 467개 단체(▲2016년 164개 ▲2017년 153개 ▲2018년 150개)에 나눠 사용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간 지정 사업이 사단·재단 법인 11곳에 집중 돼 왔다는 것. 그나마 올해 처음 비영리·풀뿌리 단체 1곳이 지원받아 추가된 것이 전부다.

이 같은 결과에 김 대표는 “지정 사업 예산이 공모 사업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지정 사업을 받는 풀뿌리·비영리단체는 올해 처음 1건에 불과했으며 개인예술가의 경우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예산의 66%가 지정 사업으로 쓰이고 있는데, 지정 사업의 경우 사단·재단법인에 집중 지원되고 있다.”며 “심지어 올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사용되면서 기존에 지정받던 단체들이 다중 지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또한 공개적 공모방식이 아닌 기존 사업에 예산 규모를 늘리거나, 지정사업 단체들에게 다중지원 된 형태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비영리·풀뿌리 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은 예산 지원에서 멀어졌다.

김 대표는 “비영리·풀뿌리 단체, 개인 예술가들은 (지정사업 진입 기회를 얻기도 힘들고) 치열한 공모사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1년에 1건, 소액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는 많은 비영리·풀뿌리 단체, 장애예술가의 기회박탈, 차별과 배제 의욕상실 등 창작활동 어려움을 초래하며 삶의 의미를 잃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와 같이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불공정한 지원체계로는 앞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과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의 공모화를 도입해 ‘경쟁 공모’를 통해 누구나 차별 없이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단체로 집중된 예산… 지원사업의 투명·공정성 확보 시급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택 책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특히 국고보조금으로 이뤄지는 지원 사업임에도 경쟁공모 없이 특정 단체가 장기간 지정 사업으로 지원을 받아와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전병택 책임연구원은 “국고보조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의 원칙은 ‘경쟁 공모’다. 그러나 지정 사업을 살펴보면 특정 단체가 장기간 지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전 연구원은 올해 함께누리 지원사업과 국민체육진흥기금 사업 지원을 받는 단체와 지원 사업 등이 담긴 ‘2018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 현황’을 제시했다.

예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총 지원금은 103억4,200만 원. 이 가운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총연합회(이하 장예총)와 11개 회원단체가 지원받은 예산은 총 43억 원(장예총 12억 원, 장예총 회원단체 31억 원)으로 지원 사업 총 예산의 약 41.57%를 차지했다.

전 연구원은 “특별한 예외에 의해 지정 사업이 단기성으로 이뤄질 수 있지만,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의 원칙은 ‘경쟁 공모’.”라며 “그러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 시행된 2013년부터 현재까지 특정 단체가 지정돼 보조금을 지원 받는 것은 특혜이자 공공재원 분배 형펑성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단체에 재원의 40% 이상이 장기간 지원되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지역 문화재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특정 단체에 예산이 집중됨에도 불구하고 질적 수준이 높아지지 못했다는 데도 지적이 더해졌다.

전 연구원은 “국고보조금 사업 결과 평가가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정하면서도 “결국 낮은 사업 결과를 초래했고, 매년 9여 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같은 특혜성 지정 사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회계감사, 실적보고 정산보고서 검증, 감사인 선정 등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의 실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처럼 계속 나아간다면 국고보조금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장애인 문화예술 전반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향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방향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공모형 지원체계 마련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 예술 정책 전담 업무분장 체계 마련 ▲지원사업 전문성, 투명성, 공정성 담보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의 법·제도 역할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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