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퇴원환자 동의 없는 정보제공은 인권침해”
인권위 “퇴원환자 동의 없는 정보제공은 인권침해”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3.20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의장에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

최근 발의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의견을 표명했다.

발의된 개정안이 정신의료기관 퇴원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는 내용이 담겼고, 이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정신의료기관 퇴원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 따른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안 개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 “퇴원환자 사생활 비밀과 자유 침해”

인권위가 의견 표명을 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정신질환자를 위험하다고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우려다.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은 1.4%로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 0.1%보다 15배 가량 높다. 또한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 정신장애인 범죄율이 0.3%로 정신장애인 범죄율 0.05%에 비해 6배 가량 높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언론에 부각됐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자·타해 또는 치료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 없어도 의료기록 및 범죄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환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으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률안이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퇴원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인권위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요원 1인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력보강과 기능강화 등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동의도 하지 않은 환자의 퇴원사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목적 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환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의적 정보제공을 최우선의 수단으로 하는 등 완화된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문제 제기다.

기본권침해의 원인행위인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위임하고 그에 대한 판단기준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것 역시 우려되는 점이다. 정신의료기관이 모든 입·퇴원환자에 대해 특정강력범죄전력에 대한 조회요청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조회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개정목적은 현행법 제64조(외래치료명령 등)를 적용해도 달성가능하다고 인권위는 설명한다.

더욱이 개정안은 구체적인 의료행정행위 및 범죄사실의 확인 등 명확한 목적으로 이유로만 개인민감정보를 수집·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의료법’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만 과도하게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국제사회와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 존중돼야

특히 인권위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적절한 치료와 기본적 권리의 보호가 조화를 이룰 때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UN총회에서 결의된 MI원칙(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원칙1), 가급적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원칙9).

또한 과거 치료 또는 입원 기록 그 자체만으로 현재 또는 미래의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원칙4), 치료에 대한 비밀은 존중돼야 한다(원칙6).

더불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기본이념) 따라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의료 및 복지서비스 이용 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이에 인권위는 “과거 자·타해 전력이나 범죄경력을 근거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 개인민감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와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는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