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룹홈도 시설이에요”②
[연재] “그룹홈도 시설이에요”②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9.05.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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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그곳에 사람이 있다’ 이봄 씨

그래, 나라고 못할까

 

그러다 아는 분이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려줬어요. 시친소라는 캠프가 있었어요. ‘시설에 있는 친구를 소개합니다’ 자립캠프 같은 거. 2017년 11월에 독립을 준비하려고 거길 참여했었어요. 그룹홈에서는 제가 이 캠프 가는 걸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제가 가고 싶다고 엄청 그래서 보내줬어요. 멘티로 들어가서 독립하신 분들이 어떻게 자립했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를 캠프 때 알게 됐어요.

시친소를 참여하려고 왔는데, 저보다 심한 분들이 많은 거예요. 저보다 일찍 자립하고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나도 이렇게 심한 분들도 자립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엔 거의 나갈 기회가 없었으니까 담당 선생님 말만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죠. 그룹홈 선생님 말만 듣고 이렇게 세월이 흐른 게, 내 자신이 한심했어요. 그 전에 이런 게 있었으면, 내가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면서....

캠프 끝나고 나는 결심을 굳혀가지고 돌아가서 담당선생님한테 내년 1월에는 나갈 거라고, 지금부터 준비해서 나갈거라고 했는데, 선생님은 ‘응, 그래’ 하시는 게 아니고 ‘네가 몸이 불편한데 어떻게 누구 도움 없이 살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했어요. 그 때 제가 열 받아서 그랬어요. ‘(시.친.소 자립캠프) 가보니까 저보다 심한 분들도 자립하고 독립하고 다 하더라’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분들은 그분들이고 나는 나래요. 되게 부정적으로 말씀하셨어요. 누구 도움 없이 너는 절대로 못사는데, 이런 식으로...

그룹홈에서 멀어지고 싶었어요.

선생님들은 저를 정말 싫어했어요. 저 말고는 다른 분들은 지적장애가 있으시니까 네, 하고 잘 따라가는데 저는 그게 아니니까요. 나는 내 목표가 뚜렷했으니까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 되게 싫어했어요. 여기서 살면서 이런 것도 안 따라주면서 자립을 어떻게 하냐는 둥 그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어요. 나를 엄청 싫어했어요. 그룹홈에서 멀어지고 싶었어요.

저는 무조건 여길 나가고 싶었어요. 감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다 필요 없고 나는 혼자 살고 싶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못 이루고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엄청 싸웠어요. 담당선생님하고도 엄청 싸우고 위에 분하고도 싸우고. 담당선생님께서 나중에 자립하고 찾아온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 자체가 싫었어요. 다행히 이삿날 빼고는 안 오셨어요. 자주 전화할게, 그러더니 전화도 안 해요. 지금은 연락도 한번도 안 해요. 저는 별로 안 좋아했었으니까 반갑죠.

집이 생긴 게 좋아서 그날 밤을 새웠어요

2018년 1월 13일에 인천으로 자립했어요. 모아놓은 돈으로 집을 구했어요. 하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었어도 나왔을 거예요. 월세로 사니까 주거비용도 받게 되고, 수급비도 늘어서 들어왔어요. 그런데 처음에 인천으로 이사 올 때 활동지원서비스가 바로 적용이 안돼서 2월까진 활동보조를 못 썼어요. 2월에 심사 나와서 3월부터 쓰게 됐어요. 처음엔 집에만 있었어요. 주로 한 달 가까이 집에 있고 서울에 일하러 다니기만 했어요. 밥도 삼시세끼를 사먹어야 되니까 돈이 부족해서 어떤 때는 그냥 굶었어요.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다가 친구들한테도 얻어먹고.

시설에서 나와서 제일 좋았던 거는 누구의 간섭도 안 받는 게 제일 좋았어요. 이사한 첫날, 그냥 집이 생긴 게 좋아서 그날 밤을 새웠어요. 친구 한 명이랑 통화하면서 밤 새웠어요. 그룹홈에 있을 때는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귀가 시간도 다 정해져있었어요. 규칙이 짜여 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이제는 누구 허락 없이 다닐 수 있어요. 친구들도 자주 놀러 오고, 내가 친구네 집에서 자기도 하고... 시설에 있을 땐 외박 같은 걸 쉽게 못했어요. 허락이 떨어져야 됐고, 허락이 안 떨어지면 하고 싶어도 못 했어요. 저는 자립의 목표가 친구들이랑 밤새 노는 거였어요. 노는 게 제일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했으니까. 나와서는 친구들이랑 밤새우고 그랬어요. 지하철 끊길 때까지 놀고 24시간 카페 가서 쪽잠 자다 첫차 타고 집에 오고.

2018년 제15회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발언 중인 이봄 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2018년 제15회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발언 중인 이봄 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시설에 갇혀 사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다

선생님이 이 돈으로는 절대 못산다, 돈을 더 벌어야 된다고 겁을 주시니까 당시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시설에서 살 때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고. 그건 알죠. 그런데 겁을 주시니까 무서웠어요. 저도 방법을 몰랐으니까. 나올 수 있는 방법, 내가 어떻게 나와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랐으니까. 우선은 거기 있으면 먹고 재워주는 주니까. 싫어도 살았어요. 그런데 박길연대표님은 그 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부족하지만 빠듯하게 어느 정도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지금 탈시설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처럼 이렇게 나와서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시설에 갇혀 사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큰 시설들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인데 시설 안에만 가둬놓고 사는 게 너무 싫어요. 그런 걸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고. 시설에 있는 분들한테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어요. 시설에서 나와도 일반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는걸, 일반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다는걸. 그리고 처음 탈시설 하시는 분들한테 생활물품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당분간이라도, 몇 달 만이라도, 안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이 되면 좋겠어요. 수급비도 올랐으면 좋겠어요.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어떻게 살라고.. 지금은 이 두가지가 제일 절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