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계, 의사소통과 정보권 등 포함 촉구… “맞춤형 서비스 기대했지만 실망”

장애등급제가 폐지 이후 적용 될 예정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이하 종합조사표)가 장애유형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거세다.

1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와 한국농아인협회 등 청각장애계 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이하 종합조사표)는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소통과 정보장벽 등 장애유형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며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달 1일이면 현행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기존 1~3급)’과‘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기존 4~6급)’으로 중·경 단순화가 시행된다. 또한 종합조사표를 통해 서비스 수급자격과 급여량이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청각장애계는 기존 등급을 기준으로 장애 정도를 나누는 것에 대한 의료적 관점의 한계와, 청각장애인의 욕구가 포함되지 않은 종합조사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종합조사표 전면수정 ▲의사소통과 정보권을 종합조사표에 포함 ▲청각장애인에 대한 중·경증 구분삭제 ▲청각장애인에 맞는 맞춤형 판정 기준 제시 등을 요구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

소통과 정보장벽 빠진 ‘종합조사표’… 활동지원에 준하는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를 포함해야

이들은 종합조사표가 정보와 소통장벽 등 청각장애인의 불편과, 농문화 등 문화적 측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합조사표의 활동영역은 학교와 직장만으로 하고 있고, 일상생활 도움 여부는 듣고·쓰기·전화사용 등 기초적 서비스로 제한하고 있다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장애인에게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조사할 때 사용될 종합조사표가 공개됐지만, 청각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의 욕구와 필요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이 활동지원이나 이동을 돕기 위한 내용일 뿐, 일상생활에서 활동하는 영역을 보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조사표는 1%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애벽허물기 윤정기 활동가 역시 종합조사표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윤 활동가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찬성을 했다. 현재 장애등급으로는 청각장애인들의 욕구가 복지 서비스에 반영 안 될 뿐 아니라 등급 간 형평성도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장애등급 폐지를 앞두고 정책을 들여다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농아인협회 김정환 협회장.

서울시농아인협회 김정환 회장은 한국농아인협회의 입장을 전달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로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사회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종합조사표에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내용에 청각장애인의 욕구에 따라 수어와 문자통역 등 활동지원에 준하는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를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청각장애인의 장애정도는 청력손실로만 판단할 수 없다”… 중·경증 구분 반대

특히 이들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으로 나뉘는 중·경증 구분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3급 청각장애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로 4~6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명시된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청각장애인은 수어 사용, 구화 대화 가능 여부, 보청장치 사용 여부에 따라 다른 욕구와 필요서비스가 반영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어 “청력에 의한 기계적·의료적 구분으로 의료적 관점에 영원히 갇혀 청각장애인은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높다.”며 “청력손실과 자신이 사용하는 주된 언어로 인한 불편함 등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각장애인의 정도를 중·경증으로 구분하는 것을 거부하며 별도의 판정기준 마련을 요구사항으로 포함했다.

또한 서울농아인협회 문태진 이사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하지만 등급이라는 껍데기만 사라질 뿐 장애라는 낙인은 계속된다.”며 “기존에는 등급을 물었다면, 이제는 ‘심해요?’, ‘심하지 않죠?’라며 질문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학적 손상을 이유로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 차별의 문제로 바라보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한다.”며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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