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숨은 보석 노영진과 암투병 母의 ‘패럴림픽 꿈’
보치아 숨은 보석 노영진과 암투병 母의 ‘패럴림픽 꿈’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7.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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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국가대표 발탁… 서울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BC1 ‘금’ 쾌거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수권 대회 BC1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노영진 선수.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수권 대회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수권 대회 BC1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노영진 선수.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수권 대회

“영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갑자기 보치아 선수가 하고 싶다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바로 ‘그래 엄마가 도와줄게 하자’라고 대답했죠.

10년이 넘게 경기장에서 함께 하다 지난해 2월 대장암 수술 후 항암을 시작했고, 지난해 말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의 국가대표 발탈 소식을 들었죠.

비록 지금은 보조자로 경기장에 함께 나갈 수 없지만, 국가대표 옷을 입은 아들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내 병이 다 낫는 것 같아요.”

지난 4일~9일까지 진행된 BISFed 2019 서울 보치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선수권 대회에서 BC1 개인전에서 올해 첫 국가대표에 발탁된 노영진 선수(26)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이향미 씨(50)는 아들의 경기가 진행되는 코트 위 관중석에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경기장을 바라봤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가 된 노영진 선수는 올해 스물여섯 대표팀의 막내다. BC1 세계랭킹은 49위, 국제무대에는 이제 막 데뷔한 신예다.

그런 그가 이번대회에서 세계랭킹 상위에 올라있는 선수들을 제치고 지난 7일 BC1 개인전 결승에 올랐다. 선배이자 국내랭킹 1위인 정성준 선수를 만나 결과는 7대2,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노영진 선수에게는 국제대회 첫 금메달이자, 우리 대표팀에게는 8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BC1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이번 메달로 대한민국은 2020도쿄패럴림픽 보치아 BC1 쿼터를 확보했다.

더불어 노영진 선수는 BC1·2가 함께하는 단체전 경기에도 출전해 9일 은메달을 더했다.

노영진 선수와 어머니 이향미 씨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내게 너무 잘라고 장한 아들” 보치아 시작을 함께한 어머니의 뒷바라지

노영진 선수와 어머니 이향미 씨.
노영진 선수와 어머니 이향미 씨.

노영진 선수는 이제 막 12년 차가 된 보치아 선수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특수학교인 은혜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2학년 시절, 학교 체육시간에 경험해본 보치아에 푹 빠져 어머니게 도움을 요청했다.

‘보치아 선수가 되고 싶다. 도와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어머니 이향미 씨는 고민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보치아를 하는 모든 순간 행복해 하는 아들을 위해 이향미 씨는 힘든 줄도 모르고 뒷바라지했다.

중증 뇌병변장애가 있는 노영진 선수를 위해 어머니는 경기 보조자를 자처했고, 훈련과 경기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는 세번을 출전해 연이어 메달을 획득했고, 201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가져오는 등 국내 대회에서 메달을 차곡 차곡 쌓아 올리며 실력을 더했다. 

지난해에는 BISFed두바이보치아월드오픈에 처음 출전해 5위를, 올해 전라남도지사배 전국보치아선수권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려갔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9년 국가대표로 발탁 소식이 도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지난해 2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는 8시간의 대 수술을 받았다. 맹장이 터져 암이 배로 퍼져나갔다. 수술만 이겨내면 끝일 줄 알았지만, 의사는 ‘나랑 평생 친구가 돼야 한다’며 기약 없는 항암치료를 알려왔다.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영진이가 기뻐하지 못하고 시무룩해 있더라고요. 몸이 아픈 내가 선수촌에 함께 들어가지 못하면, 영진이의 훈련은 물론 일상 지원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항암을 미루더라도 엄마가 꼭 함께하겠다고 다독이고 돌아서는데, 저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광주의 보치아 감독님이 선수촌에 같이 들어갈 수 있게 돼 걱정을 덜었죠. 너무 감사하죠.”

선수촌에 처음 들어가 태극기가 있는 국가대표 옷을 처음 입은 아들의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다시 힘을 냈다.

그간 노영진 선수가 어머니의 보조를 받았다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은 국가대표가 된 아들이 힘을 주고 있다.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 기약 없는 항암주사는 이번 주에 29번째 방문을 예약해 뒀다. 하지만 아들의 첫 국가대표 경기에 빠질 수 없어 이번 대회 기간 관중석을 지켰다. 대표팀의 배려로 대회 기간동안 경기 외에 아들의 일상 지원을 담당하는 스텝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힘들지 않느냐'는 걱정들도 있지만, 아들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향미 씨는 “영진이가 국가대표 훈련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늘 훈련장에 갔었다. 사실 항암주사를 맞고 오면 닷새 정도는 정신없이 누워만 있지만, 6일쯤이 되면 바로 아들이 훈련하는 경기장을 찾아갔다.”며 “주변에서는 늘 걱정하지만, 경기장에 와있으면 아들이 행복해 하며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힘을 줘서인지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해 몸무게도 수술 전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나를 움직이게 해 살게 하는 것 같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장한 내 아들이 있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마음을 전하며 “아들이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꼭 건강해져서 지원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전했다. 

국가대표 임광택 감독 “노영진은 BC1에 나타난 ‘보석’”

한편  노영진 선수에게 거는 국가대표 팀의 기대도 크다.

보치아 국가대표 임광택 감독은 노영진 선수에 대해 “진흙 속에서 찾은 보석.”이라고 설명했다.

BC1에서는 2011년 지광민 선수가 당시 보치아 월드컵에서 획득했던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메달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영진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반짝 스타’로 떠올랐다.

임광택 감독은 “BC1선수들이 보통 오버스로우(over throw, 공을 위로 투구하는 자세)를 하는 반면 노영진 선수는 언더스로우(under throw, 공을 아래로 투구하는 자세)를 한다. 오버스로우에 비해 언더스로우가 정확도와 힘에서 앞서 더 유리하다.”며 “노영진 선수가 BC1 선수들 사이에서도 더 중증장애가 있지만, 오버스루우가 가능해 BC1에서는 가장 탁월한 경기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막내인 노영진 선수의 거침없는 경기를 보며 단체전에 같이 나가는 선배 선수들은 물론 보치아 팀 전체가 기운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칭찬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