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기준, 낮은 급여수준’ 현실과 먼 기초생활보장
‘까다로운 기준, 낮은 급여수준’ 현실과 먼 기초생활보장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7.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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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기자회견 “중위소득 대폭인상,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촉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은 너무 낮아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 또는 ‘완화’라는 이름으로 효과가 미진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급여수준이 낮아 주거급여의 경우 높은 주거비용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이에 1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빈곤층 권리보장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요구안’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측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법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기준 중위 소득 대폭인상! 빈곤문제 외면 말고 청와대는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법에는 ‘건강하고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삶 보장’ 이라고 쓰여 있지만, 수급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괴롭고 어려운 일.”이라며 “시원한 물 한 병 사먹는 것이 저어되는 삶, 그런 가장 어려운 삶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수급자 결정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 3년간 인상폭은 1.66%… 급여 선정기준 대폭 인상 요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로, 빈곤층의 기본적인 삶을 지키는 안전망이다. 하지만 안전망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이 까다롭다면 제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기자회견을 연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대폭 인상에 대한 이야기다.

중위소득이란, 전 국민을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정부는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한다. 그리고 이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과 급여수준을 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매년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되고, 내년에 적용될 기준 중위소득은 오는 19일 개최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그런데 기준 중위소득이 사회 변화와 다르게 너무 낮은 인상률로 문제가 되고 있다. 2017년 1.73%, 지난해 1.16%, 올해 2.09% 인상에 그쳤다. 기준 중위소득 도입이전인 2000년~2015년까지 최저생계비가 평균 3.9% 인상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이 2017년 16.4%, 지난해 10.9% 인상된 것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을 현실과 다른 낮은 기준 중위소득이 ‘빈곤층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낮은 선정기준은 낮은 보장수준과 연동된다. 낮은 급여수준은 수급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 의료이용 제약 등 삶의 질 하락으로 연결되고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선정기준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90만 명의 사각지대 해소 언제

기초생활수급을 가로막고 있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꼽히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는 ‘완전 폐지’의 목소리가 거세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이었고,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2년 전 1,800여 일 동안 이어졌던 농성장을 찾아 조속한 폐지를 약속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는 개선이 진행이 되고는 있지만, 속도가 더뎌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동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에서도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실제 계획으로 발표한 것은 중증 장애인에 한해서만, 그것도 생계급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90만 명 사각지대 중 고작 2만 가구에 대해서만 폐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고, 지난 1월부터 부양의무자가 장애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완화안이 시행됐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을 비교해 보면, 주거급여 수급자는 18.7% 확대된 반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 수급자는 0.1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생계급여 수급자는 0.3% 감소했다. 오히려 줄거나 효과가 미진하다는 것이 공동행동의 주장이다.

월세 절반도 안 되는 주거비용 등 ‘인간답지 못한’ 급여수준, 늘어가는 하소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수급자들의 삶이 ‘인간답게’ 보장되지는 못한다.

낮은 급여수준 때문이다. 물가는 끝을 모르고 오르는 반면, 급여수준은 ‘참담하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홈리스행동 권오성 활동가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고달프다. 남들처럼 친구도 애인도 만나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지만 가난에 생의 의욕도 꺾인다.”며 “작은 수급비를 알뜰히 모아보지만 식대도 부족하고, 헛된 희망이라도 가져보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유혜림 팀장은 빈곤층의 주거상황을 털어놓았다.

유 팀장은 “주거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졌다고 하나 급여 수준이 낮아 여전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시원이나 쪽방의 한 달 월세보다 낮은 수중이고, 지하나 옥탑의 열악한 주거로 내몰린다. 아이들은 본인의 공간도 가져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에 비해 낮은 기준 임대료로 인해 생계급여에서 월세를 보태 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많다.”고 주장해 주거급여의 현실화를 강조했다.

이밖에도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의 조속한 이행 ▲급여별 선정기준 대폭 인상 ▲주거급여 기준 임대료 인상 및 수급가구의 주거수준 상향 ▲주거용재산 소득산정 제외, 재산소득환산제 개선 ▲근로능력평가 폐지와 질 좋은 일자리 보장 ▲까다로운 가구구성 기준, 청년수급자의 신청 가로막는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정부의 발표나 약속과는 달리 수급에서 탈락하는 빈곤층의 삶을 토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