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제공 의무 없다’고 영화관에 면죄부 준 인권위... 장애계 “책임과 의무 정확히 판단하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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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등 편의제공을 하라는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 취지의 진정에 대해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영화관은 책임이 없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장애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의무를 부여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영화관에서는 한글 자막과 화면 해설이 제공돼야 한다.”며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7명이 참여한 진정을 접수했다.

영화 ‘기생충’도 ‘도가니’도 “우리는 못 봐... 법이 정한 영화 관람권 보장하라”

2011년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도가니’ 상영 당시, 한글자막이 없어 정작 청각장애인은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이후 8년이나 지났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의 영화 관람 환경은 변한 것이 없었다. 

‘기생충’ 영화를 지인과 가족과 함께 관람하러 간 청각장애인 A씨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공되지 않아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자막을 요청했으나, 영화관 관계자는 ‘영어자막만 있고 한글 자막은 없다.’는 말 뿐 이었다.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해 편의제공을 요청하는 진정은 계속됐고, 지난 2017년에는 ‘영화관 영화자막 미 제공에 따른 청각장애인 편의제공 소홀’에 대한 진정사건이 접수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인권위가 지난 2월 기각 결정을 내려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보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5항에 편의제공 의무는 ‘영화, 비디오 물 등 영상물의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영화관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가 있는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의 영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주최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인권위의 기각 결정은 영화관측에 대한 책임은 언급하지 않아, 법에 대한 이해도 인권위의 역할도 모두 망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관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여가 생활인데, 인권위는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장애인이 영화를 보는 것조차 시혜적인 복지정책으로 만들고 있다.”며 “장애인의 동등한 권리조차 ‘시혜적 동정’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당사자 7명과 함께 CGV와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고 “당사자의 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권위가 장애인의 영화관람 권리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의무를 부여해야하는지 정확히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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