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장애인 체육활동 참여 시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 요구 “차별”
뇌전증 장애인 체육활동 참여 시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 요구 “차별”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9.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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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피진정기관에 차별행위 중단과 관련 규정 개정 등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안전사고의 위험과 다른 강습생들의 불안 해소’를 이유로 장애정도와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뇌전증장애인이 체육활동 프로그램 참여 시 과도하게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행위를 차별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차별을 이를 중단할 것과 이 행위의 근거가 된 이용약관 중 장애인 차별 규정을 개정할 것, 소속 직원들에게 인권(장애인식)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뇌전증 장애인으로 지난 1월경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문화교육원의 에어로빅 강좌를 신청했는데, 담당자는 의사 진단서의 용도 란에 ‘에어로빅 운동 및 사우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있어야 하며, 보호자 동행이 있어야 강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이렇게 과도한 의사의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강습 중 뇌전증에 의한 발작이 재발해 진정인의 안전과 강습생들의 불안 해소 및 수강 권리 보장을 위해 에어로빅과 같은 운동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서 제출을 요구했고, 운동 중 혼절사고와 운동 후 사우나 이용 시 익사사고 등의 위험성이 상존해 진정인의 발작증상을 이해하고 있는 보호자 동행도 같이 요구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를 차별로 판단했다.

그 이유로 ▲진정인은 2010년경부터 약 8년 동안 동일한 강좌를 이용하고 있으나 피진정인이 우려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점 ▲진정인은 진단서나 보호자 동행 없이 OO구 시설관리공단 내 체육센터에서 줌바댄스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점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 환자라 하더라도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하고 있는 점 ▲스포츠와 뇌전증의 긍정적 관계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뇌전증 장애인에게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 활동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는 점 ▲운동 중 진정인에게 행동변화의 증세가 발생한다 해도 간단한 조치만으로 피해가 확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피진정인은 이를 대비해 ‘안전사고 대응 실무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제기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진정인이 안전상의 이유로 진정인에게 진단서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1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인데, 장애정도와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장애인이 강좌 등록 및 시설을 이용할 때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이용약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및 제25조를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는 장애인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관련 규정은 삭제나 개정이 필요하다.”며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피진정인이 운영하는 문화교육원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실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뇌전증은 전세계 약 6,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매우 흔한 뇌질환이며 행동변화의 증세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는데도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심각하다.”며 “이번 결정이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등 사회적 인식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