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피할 곳 없는 폐쇄병동’… 인권위 ‘긴급구제’ 요청
‘감염병 피할 곳 없는 폐쇄병동’… 인권위 ‘긴급구제’ 요청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2.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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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대남병원 정신장애인 입원자 집단감염에 ‘코호트 격리’ 조치
장애계 “폐쇄된 시설 안에서 억울한 죽음 막아야… 안전한 치료환경과 대책 마련 하라”
2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집단 격리수용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 등 5곳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긴급구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2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집단 격리수용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 등 5곳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긴급구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입원 또는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장애계가 지역사회와 분리된 수용시설의 보건 사각지대와 치료환경 제공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 입원자 102명 중 100명이 확진 판정(26일 오후 3시 기준)을 받았고,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2일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경북 칠곡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 밀알사랑의집에서는 장애인과 근로자 등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이에 2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2개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 등 6곳을 피진정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격리수용시설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겪은 장애인들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정신병원과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대책 마련 권고를 요청했다.
 
집단감염 초래하는 장애인 격리수용시설… “제대로 된 치료환경 마련해야”

장애인 격리수용시설에 제대로 된 치료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집단감염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도 대남병원은 102명의 정신장애인이 폐쇄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체 입원자 중 100명(26일 오후 3시 기준)이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자 98%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특히 전체 사망자 12명 중 7명이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환자다. 첫 번째 사망자는 연고자 없이 20년 넘게 폐쇄병동에서 입원 중이었고, 사망 당시 겨우 42kg의 몸무게로 코로나19에 의한 폐렴 증세가 악화돼 지난 19일 사망했다.

심지어는 2번째 사망자의 경우에도 지난 11일 경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 측은 19일 2명의 입원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오랜기간 적절한 의료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장애계의 설명이다. 8일의 방치 기간 동안, 병동 내 입원자들은 상호 무방비한 상태로 코로나19에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전장연 측은 “신속하게 감염자를 확인하고 위급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의료체계가 가동되는 것과 비교해, 지금과 같은 집단 감염과 사망이 이어지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의료체계를 갖추지 못한 폐쇄병동은, 감염병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장애인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며 “엄연히 병원의 일부인 폐쇄병동에서 제대로 된 의사도, 환기시설도 갖추지 않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집단격리시설의 문제에 코호트 격리 조치까지 진행되면서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발언 중인 공익인권재단 공감 엄형국 변호사
발언 중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현재 6인 1실 병동을 유지한 채 같은 질환자를 한 기관에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는, 마치 경증을 중증으로 악화시키는 인큐베이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장애인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폐쇄된 시설 안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애인이 없도록 시정 권고를 요청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26일 오전 7시 기준, 청도 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7명이 발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의 사망률 3.3%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모두가 감염된 상황에서, 장애인을 격리하고 수용하는 것이 과연 복지인지 의문이 든다. 여러 시설에서 쏟아지는 감염 사실을 보면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음압병실 등 다양한 정책이 있지만, 지금 격리된 장애인들은 다인실에서 집단으로 뒤엉켜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장애인 거주시설 등 입소자 간 감염관리·위생 통제 없어”… 보건 사각지대 해소해야

청도 대남병원에 이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도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집단 격리시설이 보건 사각지대에 노출됐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 24일 경북 칠곡 ‘밀알사랑의집(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입소자 12명, 장애인 근로자 5명, 시설 종사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시설 입소자가 보건 사각지대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이 지역사회와 같은 평등한 의료 시스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신속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이항규 이사는 “대한민국 정신병동에 10만여 명이 갇혀있다. 10년 넘게 살고 있는 장애인도 30%가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도 대남병원에서 사망한 입원자를 추모하는 국화 헌화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도 대남병원에서 사망한 입원자를 추모하는 국화 헌화가 진행됐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