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시청각장애인의 안전도 지켜달라”
코로나19 장기화 “시청각장애인의 안전도 지켜달라”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3.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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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1339 문자 상담·보건복지부 129 수어 상담 ‘평일 주간만 실시’
긴급재난문자 시청각장애인이 읽을 수 없어… 장애 유형에 맞는 대응책 마련 촉구
2일 장애벽허물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 현 대응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었다.
2일 장애벽허물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 현 대응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었다.

정보를 얻을 수도 상담을 받을 수도 없고, 마스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책마련의 간절함을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정부의 대응책도 속속 나오고 있고, 초기 지적됐던 장애인을 위한 지원 대책도 발표 됐다.

지난달 4일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수어통역 제공을 시작했고,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와 보건복지부 129 콜센터를 통해 수어 상담도 일부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와는 달리 충분하지 않은 지원들에 ‘대책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뿐 아니라 재난 상황에 대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 현 대응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었다.

평일 주간만 가능한 콜센터 문자·수어통역 “서비스 제한 없어야”

당장 매일 쏟아지는 확진자 정보와 동선, 정부의 대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부터 쉽지 않다. 여기에 정부는 ‘증상 시 병원 방문 전 콜센터를 통한 상담’을 유도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 당사자는 상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기관이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이용 시 수어통역이나 안내 책자 등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수어통역을 제공한다던 정부 발표와 달리 한정적인 서비스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콜센터에서는 현재 문자 또는 수어통역을 일부만 제공하고 있다.

1339 콜센터 연결 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서비스는 24시간 제공되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서비스는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제한돼있다. 보건복지부 129 콜센터도 수어 상담이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제한된 상황이다.

발언 중인 농인 인권활동가 김여수 씨
발언 중인 농인 인권활동가 김여수 씨

농인 인권활동가 김여수 씨는 “내 주변 청각장애인 한 분이 밤에 감기 기운으로 목이 많이 부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에 연락했지만, 수어로 상담할 곳이 없어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었다.”며 “다행히 밤을 넘겨 증세가 나아졌지만, 만일 그 청각장애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라면 어떻게 됐을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반드시 전문성 높은 수어 상담을 해야 한다. 주간만이 아니라 야간에도 전문 수어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며 질책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 이목화 씨는 “의료진들이 질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끼는 것은 좋지만, 청각장애인이 말하는 입모양을 볼 수 없다.”며 “의료진들이 장애인 진료 시 필요한 안내서 또는 검진 절차와 주의사항을 수어로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해 이해를 도와야한다.”고 제언했다.

시각, 청각 등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발언 중인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잡다 조원석 대표
발언 중인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잡다 조원석 대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손잡다 조원석 대표는 “시청각장애인은 보지 못하는 동시에 듣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과 정보접근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들은 긴급재난문자를 읽을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활동지원사나 수어통역사를 만나기 어렵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 특성에 맞는 점자, 확대문자 등 안내 자료 제공과 수어통역사를 동반한 방문 안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마스크 구매와 관련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조 대표는 “접근성의 문제로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매번 활동지원사에게 부탁해 마스크를 구해보려 하지만, 시중에서 마스크를 찾기 힘들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혹은 지역복지 시설을 통해 시청각장애인 가정에 마스크를 제공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장애벽허물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정책 개선안을 온라인을 통해 접수했다.

정책 개선안에는 ▲상담 및 연락망 구축(129 수어상담 야간 확대,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전문성 강화된 문자 상담 실시 등) ▲정보접근과 소통(장애 유형에 맞는 자료 게시 및 인력체계 구축) ▲방송접근(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재난·감염병 내용 게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 대상 마스크 우선 지원 등 ▲의사소통 조력가능인력 양성 및 지원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 장애벽허물기는 “수어통역 제공이 미비한 방송사와 129 등 상담미비, 정부브리핑에서 다양한 장애인 접근성에 미비했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오는 4일 차별 진정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