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현장투표’ 중증 장애인, 인권위 긴급구제 요청
‘생애 첫 현장투표’ 중증 장애인, 인권위 긴급구제 요청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4.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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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지원 차량 등 요청에 지역선관위는 ‘내부인력 없다’ 묵살
“장애를 떠나 안전한 투표 지원해야”… 인권위에 ‘참정권 보장 긴급구제’ 요청
3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는 중증 장애인 이 씨의 생애 첫 지역사회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긴급구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3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는 중증 장애인 이 씨의 생애 첫 지역사회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긴급구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장애인식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선관위 실무자들의 인식 또한 여느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참정권은 매우 중요한 권리라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장애인 차별철폐의 첫 걸음으로 현장투표를 진행할 것입니다.”

- 중증 장애인 당사자 이 씨 발언문 중

오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는 날이다.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투표를 통해 자신의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충북 옥천군에 살고 있는 이OO 씨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정권이 부여된다. 하지만 그의 참정권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회피’에 가로 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이 준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근육에 힘이 빠지며 걷거나 앉는 것조차 힘든 근이영양증을 갖고 있다. 최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누워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선거 때마다 거소투표 안내만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생애 첫 현장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평상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산소호흡기 등으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이 어려운 이 씨는,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본인의 결심을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옥천선관위)에 이동지원차량 지원, 투표 시 응급상황을 대비해 의료지원인력 배치를 요청했고, 옥천선관위도 긍정적인 답변을 통해 구두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옥천선관위는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 문의한 결과 지원이 어렵다’며 말을 바꿨다. 더불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이 아니다’, ‘내부 인력이 없다’는 이유만을 반복하며 재차 거소투표를 안내했다.

이 씨는 지역투표소에서 현장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상위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도 전달했지만, 옥천선관위와 문의하라는 답변만 돌아왔고, 자세한 설명과 논의도 피하는 등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사이 거소투표 신고기간 일정마저 지났고, 현장투표를 위한 지원이 없다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혔다.

“장애인 참정권 외면하는 선관위 기가 막혀… 국민의 권리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이 씨의 억울한 사연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향했다.

3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 단체는 참정권 보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중앙선관위와 옥천선관위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중증 장애인 참정권 보장’ 긴급구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장추련은 “참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 권리 중 하나로, 장애인 또한 당연히 참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선관위의 무책임한 행태로 장애인의 참정권이 배제되고 있어 긴급구제를 통한 시정권고를 요청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장애인 당사자들은 국민의 참정권을 위해 편의를 보장해야 할 선관위가 그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한데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 인권위에 강력한 시정권고를 요청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선관위는 장애의 유무를 떠나 국민이 안전하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 지원을 마련할 여력과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씨도 현장투표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선관위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의 상황을 인권위가 인지하고, 이 씨의 생애 첫 현장투표가 이뤄져 더 많은 중증 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는 “모든 국민이 당연히 누리고 있는 참정권에 대해 긴급구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성이든 여성이든,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말이 무색하게 중증 장애인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마땅히 투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며 호소했다.

한편, 장추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중증 장애인 당사자 이 씨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인권위에 전달한 '중증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긴급구제 진정서.
이날 인권위에 전달한 '중증 장애인 참정권 보장' 긴급구제 진정서.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