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담장 넘어 우리를 보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호소
“21대 국회는 담장 넘어 우리를 보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호소
  • 정두리 기자
  • 승인 2020.05.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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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제 요구안 발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장애인 탈시설 국가계획 수립 등 담겨

“국회는 담장 넘어 우리를 보라. 우리의 요구는 요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용인하는 사회에 맞서 싸울 것이다. 누군가도 쫓겨나지 않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각자의 현장과 삶에서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변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시민사회로부터 나왔다.

28일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앞에 모여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21대 국회 입법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의 요구안에는 ▲빈곤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탈시설 장애인자립생활 국가계획 수립을 위한 장애인수용시설 폐쇄법 제정 ▲권리중심의 홈리스 정책 노숙인법 개정 ▲퇴거가 아닌 상생을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과 행정대집행법 개정 ▲세입자 중심 주거정책 주택임차보호법 개정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입법과제가 담겼다.

주최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1대 국회는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요구가 담긴 법안을 논의도 없이 폐기시키거나 발의조차 하지 않은 이전 국회의 수순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빈곤과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조명한 빈곤과 불평등…“기존 사회문제 해결 선행돼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심화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와 소득 하위 10%의 격차를 나타내는 P90/P10배율이 6.17로, 불평등이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가난한 사람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설명이다.

더불어 코로나19에 대한 기본적인 방역대책으로 ‘집에 머물 것’을 권장하면서도 더 많은 개발이익을 위해 철거민들을 쫓아내는 폭력이 용인되고, 홈리스들을 공공공간에서 쫓아내거나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주최측은 “가난한 사람들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퇴거문제와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기준을 비롯한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양산해내는 사회보장제도의 문제 등 기존 사회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코로나19가 조명한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회에서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장애인… 시설 아닌 지역사회 삶을 달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는 권리를 위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것이 탈시설 정책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정책과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과 살아갈 수 있길 간곡히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많은 이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고, 장애인들은 더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 수용 시설.”이라며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있고, 폭행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고, 그 죽음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주최측이 주장하는 탈시설은 단순히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물리적으로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시설로 상징되는 장애인에 대한 분리와 배제, 차별의 역사를 청산하자는 것.

시설 내에서의 인권침해도 문제다. 폭행과 학대, 금품갈취와 강제노동 등으로 세상에 알려진 대구시립희망원은 7년간 309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고, 이런 비극은 여러 장애인 거주시설 안에서의 비리와 횡령, 인권침해 등이 반복돼 왔다.

이에 그동안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돼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권, 사생활 등의 권리를 찾기 위한 탈시설 자립생활 국가계획 수립,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 공동대표는 “지난 국회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논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21대 국회에 기대를 하고 싶지만, 그만큼 실망하게 될까 마음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어본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정의당과 국민의당 관계자가 참석해 입법과제 요구안을 전달받았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