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에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방치한 정부의 인재(人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국가책임제 실현 위한 요구하며 청와대 관계자와 면담

 

『선물』

아들아. / 너라는 선물이 내게 왔을 때 / 엄마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단다. / 너무 기뻐서 말이야. / 너는 아들로 나는 엄마로 맘껏 행복했지.
안타까움이 왜 없었겠어. / 어디서 잘못된 거지? / 내가 뭘 잘못했지? / 허공으로 날아간 물음들은 /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때 난 알았지. /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 / 난 그냥 선물을 받았을 뿐. / 너라는 최고의 선물을….
아들아.
엄마는 이 아름다운 인생길을 / 너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단다.
사랑해 OO아.

‘선물’같은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을 적어내려 간 한편의 시. 2년 전 A씨가 쓴 시에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생길을 ‘아름답다’ 표현했었다.

하지만 A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의 돌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3일 광주광역시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50대 어머니 A씨와 20대 발달장애 아들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코로나19로 주간보호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A씨는 아들의 돌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가정에서의 돌봄에 한계를 느껴 어쩔 수 없이 지난 2월 정신병원 입원을 선택했지만, 아들의 몸무게가 10kg 이상 줄어드는 들자 지난달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이후에도 아들의 돌봄을 위해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는 못했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제주에서도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 자녀와 어머니가 같은 이유로 세상을 등졌다. 

하지만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비극이 코로나19 여파 때문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앞서 2013년 10월과 11월 부산과 서울에서, 2014년 3월 경기도 동두천에서, 2015년 1월과 3월 대구와 서울에서, 2016년 3월 울산에서, 2018년 11월 서울에서…….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발달장애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이어져왔다.

1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그 죽음을 행렬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며, 정부에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부모연대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코로나19 재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가 아닌, 코로나19 재난상황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방치한 정부의 인재(人災).”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이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돌봄 지원체계가 존재했더라면, 필요할 때 자녀를 돌보거나 보호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있었다면, 자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이러한 죽음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역사회 차원의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만 구축돼 있고, 재난상황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담긴 호소다.

A씨와 함께 부모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은 울분을 토해냈다.

부모연대 광주지부 김유선 지부장은 “(세상을 떠나기)전날 ‘나 갈께’라는 그 말 한마디가 몸서리치게, 뼈아프게 파고든다.”며 “1년 365일 이 어머니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죽했으면 자식을 끌고 정신병원에 갔겠느냐. 오죽하면 비장애자식은 남겨두고 애달픈 길을 택했겠느냐. 비통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살고 싶어서 왔다.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더 촘촘하게 제도화하는 것만이 많은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라며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이에 부모연대는 발달장애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지원법 제정과 발달장애인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입법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복지서비스 확대와 노동권·교육권·주거권 보장 등을 주요 정책으로 요구했다.

특히 이날 부모연대 대표단은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여한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발달장애인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세부내용을 이야기 하자고 요구했다.”며 “예산도 중요하지만 촘촘한 지침이 중요하다. 민관협의체에서 장기계획과 중장기계획, 세부지침 등을 만들자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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